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5.21/뉴스1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한동훈 비대위’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생각이 찬성표 쪽으로 가 있다”고 밝히면서 여당의 이탈표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공개적으로 특검법 찬성 입장을 밝힌 국민의힘 의원이 안철수, 김웅 의원에 더해 3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28일 예상되는 재의결에서 여권 이탈표가 17표 이상 나오면 가결된다.
여당은 추경호 원내지도부, 전임 윤재옥 원내지도부까지 나서 의원들에게 “표결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설득 중이다. 그러나 4·10총선 여당 낙선 의원 58명 중 “양심에 따라 표결하겠다”, “이탈하지 말라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찬성 가능성을 열어둔 의원들이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실도 여당 내 이탈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의원 7, 8명을 상대로 접촉하며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 “단일대오 이상 없다” 직후 유의동 이탈
앞서 찬성 의사를 밝힌 안 의원은 통화에서 “찬성 입장에 변화가 없다. 이탈표가 아닌 소신 투표”라고 강조했다. 2일 특검법 국회 표결 때 이미 찬성표를 던진 김 의원도 통화에서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추가 이탈표를 막기 위해 전·현 원내지도부가 힘을 합쳐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윤 전 원내대표, 그리고 제가 선두에 서서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다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찬성은) 지극히 일부 의원”이라며 “전체적으로는 뜻을 함께하고 있다”고도 했다. 전임 원내부대표들도 담당 의원들을 나눠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앞서 해외 출장 조사로 파악된 의원 2~3명의 출장도 취소시켰다.
하지만 58명에 달하는 여당 낙선 의원들이 변수다. 낙선한 한 수도권 의원은 “나는 소신대로, 양심에 따라 투표할 것”이라며 찬성 가능성을 열어뒀다. 재의결은 무기명 비밀 투표로 진행돼 현장 표 단속도 쉽지 않다.
특검법이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구속 수감된 무소속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의원 295명이 모두 본회의에 참석할 경우 197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 의석수는 180석, 국민의힘 등 범여권은 115석이다. 국민의힘 의원 중 17명이 이탈하면 대통령의 거부권이 무력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재추진되면 여당 이탈표 기준이 더 낮아진다. 22대 국회 국민의힘 의석수는 21대(113석)보다 5석 적은 108석이고, 범야권은 192석이다. “될 때까지 하겠다”는 야당이 특검법을 재발의하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의결에서 8표만 이탈하면 통과되는 것. 이미 여당 당선인 중 안 의원에 더해 김재섭, 한지아 당선인이 찬성 표결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말 낙천·낙선한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데 이어 당선인들과도 꾸준히 식사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이탈표 방지 등 윤 대통령이 여당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성격도 포함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표결하면 여당 이탈표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주일간 여당 이탈표 끌어내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태세다.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상황인 만큼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발적인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검법의 당위성 등을 계속 알리며 여당 의원들의 동참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임 원내수석부대표였던 박주민 의원은 “(찬성이) 가능해 보일 법한 의원 7, 8명을 선정해 데이트 신청을 하고 있다”고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