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풍력 산업 보호 장벽 쌓는 주요국
21일 해상 풍력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최근 중국의 풍력터빈 업체를 공공입찰에서 배제하기 위해 역외보조금 규정 조사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해상 풍력 업체들이 저가로 물량을 밀어낸다고 본 것이다. 이와 별도로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역내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는 ‘유럽풍력발전패키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과 달리 한국은 지난해 4월 LCR(자국산 소재·부품 우대 조치)이 폐지돼 보호 장치가 사라졌다. 통상 분쟁을 우려한 선제적 조치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입찰 상한가도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전에는 기업들이 공개된 상한가를 참고해 입찰가를 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상한가가 비공개로 전환되면서 무조건 낮은 가격을 써내야 하게 됐다. 저가의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업체들이 유리해진 것이다. 2030년까지 87조 원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해상 풍력 산업이 중국 업체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산 부품 사용 업체들 잇단 사업 수주
결국 지난해 해상 풍력 정부 입찰 사업 5건 중 2건은 핵심 부품에 중국산을 사용한 업체들이 낙찰 받았다. 이 중 하나인 ‘낙월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중국계 업체인 벤시스의 터빈을 사용키로 한 명운산업개발에게 돌아갔다. 터빈은 해상풍력발전 건설 원가의 25~35%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 회사는 원가의 15%가량을 차지하는 해저케이블에도 중국 형통광전 제품을 사용했다.
이외에도 ‘고창해상풍력 프로젝트’도 중국 밍양이 만든 터빈을 사용한 동촌풍력이 낙찰 받았다. 2022년 정부 발주 사업 낙찰자 가운데 중국산 주요 부품을 사용한 사업자는 없었는데 1년 새 상황이 바뀐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나 영국과 같은 해외사례들을 참고해 LCR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세밀한 조항 마련이 새로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이슬기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산화 비율을 노골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통상 분쟁의 우려가 있어 어렵더라도 산업경제효과 항목을 강화해 주요 부품을 국산을 사용하는 업체에 가점을 주는 등 우회적으로라도 국산화를 유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