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국산 우대정책’ 작년 폐지 ‘해상풍력’ 정부 입찰 5건중 2건 저가 중국산 쓰는 업체서 낙찰받아… 업계 “꽃피우기도 전에 고사” 토로 EU-美-대만 등은 자국산 사용 유도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 제공
글로벌 해상풍력 산업에서 ‘자국 중심주의’가 강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사업 입찰에서 ‘한국산 부품 우대 정책’이 폐기되고 저가 부품 사용 업체들에 유리하게 채점 기준이 변경됐다. 낮은 가격으로 무장한 중국산 부품 업체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셈이다.
● 풍력 산업 보호 장벽 쌓는 주요국
이런 움직임과 달리 한국은 지난해 4월 자국산 소재·부품 우대 조치(LCR)가 폐지돼 보호 장치가 사라졌다. 통상 분쟁을 우려한 선제적 조치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입찰 상한가도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전에는 기업들이 공개된 상한가를 참고해 입찰가를 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상한가가 비공개로 전환되면서 무조건 낮은 가격을 써내야 하게 됐다. 저가의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업체들이 유리해진 것이다. 2030년까지 87조 원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해상풍력 산업이 중국 업체들에 잠식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중국산 부품 사용 업체들 잇단 사업 수주
이 외에도 ‘고창해상풍력 프로젝트’도 중국 밍양이 만든 터빈을 사용한 동촌풍력이 낙찰받았다. 2022년 정부 발주 사업 낙찰자 가운데 중국산 주요 부품을 사용한 사업자는 없었는데 1년 새 상황이 바뀐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나 영국과 같은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 국제 통상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세밀한 조항 마련이 새로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이슬기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산화 비율을 노골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통상 분쟁의 우려가 있어 어렵더라도 산업경제효과 항목을 강화해 주요 부품을 국산을 사용하는 업체에 가점을 주는 등 우회적으로라도 국산화를 유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