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통 살인’ 등 태국서 잇단 한국인 연루 범죄… 전직 경찰 영사 등이 말하는 실태 “IT 인프라 발달해 사이버범죄 판쳐… 대마 합법後 마약 유통세력도 늘어 무비자 입국-주변국과 육로로 닿아… 접경국 네트워크로 추적망 강화를”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태국 영사로 근무한 한지수 대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총경)은 “최근 ‘파타야 드럼통 살인 사건’을 벌인 20, 30대 피의자 3명 외에도 태국과 한국을 수시로 오가는 범죄자가 많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달 초 한국인 관광객 노모 씨(34)가 납치 살해된 뒤 시신이 드럼통에 담겨 저수지에 유기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태국에서 한국인이 연루된 강력 범죄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한 총경 등 전직 태국 경찰 영사 4명과 현지 사정에 밝은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무비자 입국 △3국과 접경하고 바닷길까지 열려 있는 지리적 여건 △정보기술(IT) 인프라 발달 △대마 합법화 등이 공통으로 거론됐다.
● “입국도, 도주도 쉬운 구조”
태국과 육로로 통하는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 등 3개국이 전부 우리나라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나라라는 점도 범죄조직의 선호 이유가 되고 있다. 최근 드럼통 살인사건에서도 피의자 3명 중 이모 씨(27)가 캄보디아로 도주했다가 현지 경찰에 붙잡혔지만 미얀마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모 씨(39)는 아직 행방이 묘연하다. 태국 남쪽으로는 바닷길도 열려 있어 태평양으로 밀항이 가능하다.
2019년에도 태국 라용에서 한국인 도박사범이 동료 조직원을 살해하고 캄보디아로 도주하려다 검거됐다. 당시 태국 영사였던 A 씨는 “사건 이틀 만에 캄보디아로 도망치는 걸 겨우 잡았다”며 “태국은 육로로 인근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불법 체류와 월경이 용이한 구조”라고 했다.
● 인터넷 빠르고 대마 합법화돼 도박-마약사범 몰려
태국이 동남아 국가 중 상대적으로 발전해 IT 인프라가 발달한 점도 조직범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MZ 조폭의 주요 먹거리인 불법 도박 사이트의 경우 빠른 인터넷 속도가 사이트 운영과 실시간 송금 등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B 전 영사는 “현지에서 검거된 한국인 범죄자를 조사해 보면 ‘인터넷 속도가 빠르면 한국 내 조직원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프로파일러로 활동하는 배상훈 전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태국이 범죄자에게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며 “태국 내 범죄조직 취업을 유혹하는 온라인 구인 글을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캄보디아 등 접경국의 교민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도주범에 대한 추적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