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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등 60명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한 일당

입력 | 2024-05-22 03:00:00

경찰, 3년전 고소 접수뒤 추적 실패
피해자측의 ‘함정 추적’ 도움 받아
서울대 출신 2명-공범 1명 검거




서울대 동문 등 여성 수십 명을 무단으로 합성한 성착취물을 ‘n번방’과 같은 보안 메신저에서 유포한 서울대 졸업생 2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약 3년 전 고소를 접수하고도 유포범 추적에 실패해 수사를 4차례 종결했지만, 피해자 측의 ‘함정 추적’에 힘입어 검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서울대는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에 착수했다.

2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서울대생 12명 등 여성 60여 명의 사진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해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편집·반포 등)로 서울대 출신 남성 박모 씨(40)와 강모 씨(30)를 최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이다.

경찰에 따르면 두 남성은 2021년 7월부터 올 4월까지 동문 여성의 졸업 앨범 사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 사진 등을 이용해 성착취물 100여 건을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 등은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200여 개 개설한 뒤 그중 20여 곳에서 성착취물을 유포했는데, 최대 50여 명이 접속한 대화방도 있었다. 경찰은 대화방에서 활발히 활동한 공범 1명도 검거한 상태다.

박 씨와 강 씨는 텔레그램에서 처음 만난 뒤 약 3년간 함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씨는 동문의 얼굴 사진을 구해서 다른 여성의 나체 사진과 합성한 뒤 이를 피해자의 출신 학과, 나이 등 신상정보와 함께 박 씨에게 넘겼다. 박 씨는 이를 텔레그램에서 유포하고 피해자에게 통화를 시도하는 등 접근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두 남성은 서로를 ‘합성 전문가’로 치켜세우며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21년 7월 이후 피해자들로부터 4차례 개별·단체 고소를 접수하고 수사를 벌였지만 익명성이 강한 텔레그램의 특성상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수사를 자체 종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지시로 재수사에 착수해 텔레그램 대화방에 잠입하는 방식으로 추적을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2019년 n번방 사건을 알린 ‘추적단 불꽃’이 피해자들과 연대해 경찰 수사에 협조한 끝에 박 씨 등을 검거할 수 있었다. 서울대는 디지털 성범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