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엔진 아시아 뉴7]〈9〉 LS그룹, 베트남 고부가 전선 1위 현지 매출 7251억원… 8년새 4배로 6조원대 해저케이블 사업에도 도전 2028년 가동 목표 신공장 내년 추진… ‘판매 1위’ 배전반, 보수사업도 넘봐
김종필 LS-VINA 법인장(왼쪽)이 7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서 송전 시스템 구조도를 직원들과 살펴보고 있다. LS 제공
베트남 초고압(HV) 전선 시장 1위 사업자인 LS가 약 6조 원 규모의 싱가포르 송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베트남에서 생산한 1.2GW(기가와트) 규모 풍력 에너지를 바다 건너 1000km 떨어진 싱가포르에 보내는 해저케이블 사업이다.
최근 동남아시아는 베트남의 급격한 산업 전환과 현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계획,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따른 전 세계 데이터센터 확장 등이 맞물리며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LS는 1996년 하이퐁에 생산법인 LS-VINA(비나)를 설립하며 비교적 일찍 베트남에 진출했다. 지난해 LS-VINA 매출은 7251억 원으로 2015년(1852억 원)의 4배로 뛰었다. 싱가포르, 필리핀, 호주, 유럽 등에 전선을 수출하며 동남아·유럽을 아우르는 핵심 거점이 됐다.
21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의 아시아 사업 자회사 LS에코에너지는 베트남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베트남(PVN)그룹과 손잡고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잇는 전력용 해저케이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해저케이블에 쓸 HV 전선을 생산하기 위해 베트남 동남부 해안도시에 공장 설립을 위한 부지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에 새로 지을 신규 공장은 기존 LS-VINA에서 운영하는 생산 라인의 수 배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2028년 본격 가동을 위해 이르면 내년 중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해저용 HV 케이블은 육상용보다 더 높은 기술력과 내구성이 요구돼 가격이 2∼3배로 뛴다. 전선업계에서는 바닷속에서 1000km를 지나는 사업 규모를 6조∼7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LS는 PVN그룹과 함께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약 20조 원 규모의 내수용 해상풍력 프로젝트도 공략할 계획이다.
● 해저케이블 제작부터 시공까지 모두 가능
LS는 기술력을 앞세운 현지화 전략으로 베트남 고부가가치 전선 시장을 장악했다. LS에코에너지의 베트남 전선 시장 점유율은 저압 및 중고압(1∼66kV), HV(66∼230kV)를 모두 합쳤을 땐 20% 수준이지만, 고부가인 HV만 따지면 80%를 넘어서는 압도적 1위다. LS에코에너지의 자회사 LS-VINA가 HV 케이블을 생산하는 주축이다.
전기에너지는 전압이 높을수록 송전 중 열 에너지 손실이 줄어 장거리 운송에 효율적이다. 하지만 전압이 높아질수록 케이블이 훨씬 두꺼워지고 단열, 절연 등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특히 해저케이블은 워낙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배를 통해 운송하면 판매가가 10% 이상 오른다. 해저케이블 제작부터 시공까지 모두 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LS전선과 유럽 및 일본 기업 등 5곳뿐이다. 하지만 LS를 제외한 곳들은 케이블을 수입해 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 셧다운 대신 합숙…‘헝그리정신’으로 신뢰 얻어
베트남 하이퐁 LS-VINA에서 운영하는 초고압(HV) 전선이 만들어지는 모습. 지름 4.2m 크기의 드럼에 전선을 감아 제품을 완성한다. LS 제공
LS일렉트릭 베트남은 앞으로 동남아뿐만 아니라 중동, 북미 시장까지 적극 공략해 핵심 생산기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배전반 제조에 더해 배전반을 유지·보수하는 관리시스템 분야로 사업을 키워 나갈 계획이다. 곽수혁 LS일렉트릭 베트남 법인장은 “배전반은 구조가 굉장히 복잡하고 셀 수 없이 많은 부품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고장났고 언제 수리·교체해야 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단순 배전반 판매에 그치지 않고 유지·보수 분야 수요를 창출해 성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퐁·박닌=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