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청년, 2000년엔 16년 걸려 집값 올라 22년새 9년 더 늘어나 전문가 “청년 주거 지원책 변화 필요”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강모 씨(28)는 최근 결혼 준비를 위해 신혼집을 구하다 고민에 빠졌다. 부부가 모두 전문직으로 연 소득이 각각 약 1억 원이지만, 서울 주요 지역은 새 아파트 전세가 5억, 6억 원을 넘어가 대출을 받아도 전셋집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씨는 “부모님 도움을 받지 않고 집을 구하다 보니 30년 넘은 아파트 3억 원 전세가 최선이었다”며 “전세대출 이자도 갚아야 하는데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어 내 집 마련은 꿈같은 이야기”라고 하소연했다.
25∼29세 청년의 경우에도 2000년 11.87년이었던 내 집 마련 기간이 2022년에는 19.10년으로 7년 이상 길어졌다. 이는 주택 시장에 신규 공급되는 주택가격(분양가)을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하는 청년 가구의 근로소득으로 나눠 산출했다. 이처럼 내 집 마련 기간이 대폭 길어진 이유는 소득 상승세보다 집값이 더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20∼24세 청년의 월급은 2000년 월 104만 원에서 2022년 269만 원으로 158% 올랐다. 그사이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2000년 716만 원에서 2022년 3745만 원으로 5배 이상 올랐다.
30대가 월급 5년모아 살 수있는 ‘서울 집’, 20년새 5분의 1로 줄어
2000∼2004년 서울 5.2% 구입 가능
2020∼2022년엔 분양단지 1% 그쳐
“청년 맞춤형 주거프로그램 필요”
2020∼2022년엔 분양단지 1% 그쳐
“청년 맞춤형 주거프로그램 필요”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24.04.21. 뉴시스
2017년부터 이어진 집값 급등으로 20, 30대 청년이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급이 오르는 속도에 비해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더 빨라 따라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주거비 부담은 최근 들어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하고 없어졌고, 공사비까지 급등하며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3884만1000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5% 증가했다. 이 때문에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돼 있는 무순위 청약 등에 수십만 명이 청약하는 것이 흔한 모습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약, 대출 등 전 영역에서 청년 맞춤형 주거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현재 청년들은 주택청약제도를 본인에게 불리한 제도로 보고 있다”며 “청년 대상 특별공급 물량을 대폭 늘리는 등 청약 모델을 새로 짜 상대적 박탈감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축적한 자산이 적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 모기지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며 “질 높은 임대주택을 다양한 형태로 공급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