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기내식은 지루한 장거리 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음식 맛이 밍밍해 실망할 수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높은 고도에서 비행 중인 여객기에서의 식사는 환경이 달라 지상에서의 맛과 차이가 난다.
사막과 비슷한 건조한 기내 공기, 낮은 기압(해발고도 약 1800m 상당) 그리고 엔진 소음(좌석 위치와 여객기 종류에 따라 약 80~85데시벨(dB))이 하늘에서 먹는 음식을 맛없게 느끼게 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실험심리학자인 찰스 스펜스 통합감각연구소장이 20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에 말했다.
감귤류의 향도 효과가 떨어진다. 반면 쓴맛, 신맛, 흙맛은 어느 정도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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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공기는 맛 구별을 어렵게 만든다. 후각이 저하해 음식 맛을 느끼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뉴욕대 식품영양학과 리사 R.영 교수는 건강전문 매체 헬스에 말했다.
스펜스 소장이 2017년 ‘국제 미식 및 식품과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시끄러운 배경 소음은 맛, 냄새, 음료의 알코올 함량을 느끼는 데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는 실험 참가자들이 85dB의 여객기 소음에 노출됐을 때 단맛에 대한 지각이 감소하지만 감칠맛에 대한 지각이 증가했다는 이전 연구에 대해 다뤘다.
그는 시끄러운 비행 소음 외에도 비행 중 승객들이 경험하는 불안감, 사람 대신 좌석 등받이를 마주 보고 식사하는 비사교적 특성, 그리고 플라스틱 식기 등이 음식의 질과 상관없이 기내식을 시시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기내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있다.
“파마산 치즈, 버섯, 토마토 등 감칠맛이 나는 모든 것, 그리고 토마토와 우스터소스의 감칠맛이 두 배로 느껴지는 블러디 메리(칵테일)를 마시는 것도 좋다”고 스펜스 소장이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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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해발고도가 낮은 곳에서 생산된 것보다 고지대에서 생산된 것을 고르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여객기에서 주문하지 말아야 할 최악의 음식도 알려줬다.
달콤한 것, 짠 것, 탄산음료는 피하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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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은 속이 더부룩할 수 있고, 짠 음식과 단 음식은 지상과 같은 효과를 내려면 20~30% 더 섭취해야 하기에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고 그는 설명했다.
탄산음료 중 한 가지 예외는 진저에일이다.
진저에일은 비행기 안에서 더 맛있게 느껴질 수 있는 데 특유의 단맛은 느낄 수 없지만 상쾌하고 깔끔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