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동경영]한국가스공사
호주 GLNG 플랜트 전경.
해외 자원 개발은 통상 마라톤에 비유된다. 불확실성이 크고 투자비 회수까지 긴 시간과 인내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탐사부터 개발까지 약 10년, 생산 후에도 투자비를 전액 회수하는 데까지 10∼15년 정도가 소요되는 긴 라이프사이클을 갖는다.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천연가스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국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12개국에서 23개 해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10여 년 전에 투자한 호주 GLNG 사업이 안정적인 생산 단계에 진입하면서 가시화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GLNG 사업, 사업 개시 이래 역대 최고 3억 달러 투자비 회수
지난해 가스공사는 GLNG 사업 개시 이래 역대 최고인 3억 달러(약 4090억 원)의 투자비를 회수해 미수금 급등으로 악화된 재무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성과는 2022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호주 에너지 정책이 변화함에 따라 발생한 위기를 GLNG 주주사들이 기회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러-우 전쟁으로 인해 LNG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호주 정부는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 LNG 수출 제한 정책을 개정했다. 이로 인해 가스공사는 국내 도입 물량 감소와 GLNG 사업 투자비 회수에도 지장이 생길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가스공사를 비롯한 주요 주주사는 계절 차이에 따른 가스 수요 및 가격 차이를 활용한 해결 방안을 도출했고 이를 ‘Project Bloom’이라 명명했다.
호주의 동절기인 4∼10월에는 LNG 수출 물량을 감소시키고 호주 내수시장에 가스 판매를 늘려 수익률을 높이는 한편 반대로 호주의 하절기인 11∼3월에는 동절기를 맞은 북반구로 LNG 수출 물량을 증가시켜 약 3600만 달러(약 490억 원)의 시세 차익을 실현했다. 이 과정에서 가스공사는 GLNG 국내 도입의 일부 물량인 14만 t을 우리나라 동절기에 추가 배정해 고가의 현물 구매를 축소해 약 675억 원을 절감했다. 가스공사가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는 GLNG 사업의 경제성과 국내 동절기 물량의 경제적 확보 모두 놓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이 Project Bloom은 LNG 수출 제한 정책에 성공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 위해 장기적 시각에서 해외 자원 개발 추진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있어 해외 자원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예상치 못한 수급 위기 시 국내 도입으로 에너지 안보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은 물론 해외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은 가스 요금 인하 재원으로 활용돼 국민 부담을 낮추는 완충재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러-우 전쟁, 하마스 사태 등 에너지 수급 불안이 고조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해외 사업에 투자했던 인내와 노고에 대한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호주 GLNG 사업과 더불어 많은 사업이 본격적인 생산 단계로 돌입함에 따라 가스공사는 향후 7∼8년 내에 투자비를 전액 회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가스공사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투자비 회수액의 일부를 전략적으로 신규 사업에 재투자할 계획이며 해외 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