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균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백현우가 인기 있었던 이유는 당연히 잘생겼고,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로 너무 똑똑하고, 착하고 겸손하고, 더구나 어떠한 어려움에도 지칠 줄 모르고 홍해인(김지원)만을 사랑하고 지키는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잘난 사람이 자신을 그렇게나 사랑해 준다면 어떤 여성, 아니 어떤 인간이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제3자 입장에서는 사실 그것들을 다 가진 백현우는 조금 재수 없을 수도 있었다. 너무 완벽하지 않은가…. 여자 입장에서는 배 아프고, 같은 남자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왜? 미워하기엔 그는 너무나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백현우는 회당 2.5회, 약 40회를 울었다고 한다. 그 똑똑하고 잘난 사람, 자기 혼자만 생각하면 아무 어려움 없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자신을 희생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엄청 울었다. 특히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따지지도 비난하지도 않았다. 홍해인이 자신의 병을 발표하고 쓰러져서 중환자실에 있을 때, 그 소식을 듣고 달려온 부모에게 백현우는 사과한다. 평소에 자신을 미워하던 장모가 ‘왜 미리 얘기하지 않았냐. 무슨 꿍꿍이로 속였냐’고 비난할 때 백현우는 변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열하는 장모를 안아주며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사실 백현우는 아무 잘못이 없다. 아들을 잃은 아픔이 있는 부모를 걱정하는 홍해인의 의사를 따라준 것밖에 없다. 억울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오히려 자신의 ‘없는’ 잘못을 사죄했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