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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뺑뺑이 대신 늘봄학교… “친구들과 놀면서 배워요”

입력 | 2024-05-23 03:00:00

다양한 프로그램 시도하는 ‘부산형 늘봄학교’
미술-코딩-발레-악기 연주 등 학원비 부담 없이 배울 수 있고
수업 전부터 밤까지 돌봄 제공… 대학-공공기관 연계 교육 다양
내년부턴 초3도 이용할 수 있어



16일 부산 연포초 늘봄2실에서 미술전문가 선생님과 창의미술 수업을 하고 있는 초등학생들. 부산 연포초 제공 


《“요즘 예체능 학원 하나만 보내도 한 달에 15만 원은 들어가요. 늘봄학교가 도입된 덕분에 매달 학원비 20만 원 이상을 절약하는 셈이에요.” 16일 오후 부산 남구 연포초등학교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한 학부모는 늘봄학교에 만족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포초는 올 3월부터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도입해 1학년 참여율은 97%, 2학년 참여율은 90%에 달한다. 연포초에선 연극, 영어 노래, 창의미술 등 다양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다른 학부모는 “아이 입학 전에는 직장을 그만두거나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하나 걱정했는데 늘봄학교 도입 소식에 다소 안심이 됐다”고 돌이켰다.》


● “학교 친구들과 놀면서 배워요”

이 학교 4층 ‘늘봄2실’이라고 적힌 교실에선 미술전문가와 함께 하는 창의미술 수업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친한 친구의 모습을 커다란 종이에 그리고 색종이를 잘라 옷 색깔을 표현했다. 옆에 누가 다가온 줄도 모를 만큼 집중하던 1학년 이소율 양(7)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면서 배울 수 있어 즐겁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실에선 학생들이 영어 동영상을 보며 동요를 따라 부르고 발음을 익혔다. 수학교실에선 공룡, 황소 등 다양한 모양의 틀에 패턴 블록을 맞추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1학년 김태현 군(7)은 “블록으로 수학을 배우니 재미있고 친구들과 더 오래 놀 수 있는 것도 좋다”며 “축구 수업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 1교시 시작 전 AI 수업도

17일 오전 7시 50분 아침 늘봄을 신청한 금정초 학생들이 늘봄학교 수업 전에 간식을 먹고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간식 역시 학교에서 제공된다. 부산 금정초 제공

다음 날(17일) 오전 7시 50분 기자가 찾아간 부산 금정구 금정초 늘봄교실에선 1교시 시작 1시간 전부터 아침 늘봄을 신청한 학생 10명이 급식으로 나온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고 있었다. 이들은 간식을 먹고 인공지능(AI) 놀이 교육과 체육 활동 등을 한 뒤 본 수업을 위해 교실로 이동했다. 1학년은 교실에서 AI 놀이 교육을, 4∼6학년은 강당에서 플로어볼(하키와 비슷한 구기 종목) 수업을 하는 식이었다.

17일 오전 8시 20분 부산 금정초 아침 늘봄교실에서 플로어볼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금정초 학습형 놀봄수업은 본교 체육 선생님이 직접 지도한다. 부산 금정초 제공

AI 수업을 듣던 1학년 하다원 군(7)은 “나중에 게임을 만들고 싶어 아침 코딩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다”고 말했다. 플로어볼 수업을 듣던 6학년 최성호 군(12)은 “아침에 운동을 하니 공부도 잘되는 기분”이라며 “일찍 등교하니 지각할 걱정도 없고, 다른 학년과 어울리면서 친구도 많아졌다”고 했다. 조제호 금정초 교장은 “교대에서 컴퓨터 교육을 전공한 교사가 AI 코딩 교육을 담당하겠다고 직접 나섰다. 체육 교사는 플로어볼을 맡아 해주니 교장 입장에선 고맙고 든든하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24시간 긴급보살핌 늘봄센터를 통해 유아 및 초등 저학년을 위한 긴급 늘봄 서비스도 제공한다. 부산시교육지원청 직속기관 및 지역 도서관 등을 활용해 응급상황 발생 시 급하게 돌봄이 필요한 아이를 돌봐주는 것이다. 부산 북구에 위치한 시립구포도서관에는 지난해 9월 18일부터 구포긴급보살핌늘봄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센터에는 보육교사 자격을 가진 늘봄 선생님들이 상주하며 실내 놀이나 독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용 시간은 평일 오후 6∼10시다.

● “내년 초3까지 부산형 늘봄학교 확대”

부산시교육청은 돌봄 공백 해소와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도입된 늘봄학교 제도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 전체 초교 1학년의 약 90.3%(1만8897명), 2학년의 약 83.2%(1만9565명)가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방과 후 오후 3시 20분경까지 무상 학습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후 오후 7∼8시 ‘보살핌 늘봄’이 이어진다.

부산시는 지역 대학과 공공기관 등의 협조를 받아 ‘부산형 늘봄학교’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해 시교육청에선 100개 기관과 늘봄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지난해 대비 340개 늘어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늘봄 프로그램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먼저 국궁, 발레, 놀이수학 등 교육청이 직접 개발한 표준 교육과정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오케스트라 같은 학교별 특생 교육과 펜싱 보컬 등 대학 및 지자체와 연계한 공공기관 연계 교육도 운영 중이다. 또 회사 등과 함께 꾸려나가는 민간 연계 교육과정도 제공하고 있다. 부산 자갈치 시장과 연계해 초등생들이 부산 바다에서 잡아 올린 어류의 특징과 종류 등을 공부하는 현장 학습을 제공하는 식이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시교육청은 공간, 인력, 업무 부담 문제를 풀기 위해 늘봄교실을 증설하고 기간제 교사와 늘봄 전담교사를 늘렸다. 늘봄교실은 지난해(733실) 대비 504실이 늘어난 1237실을 확보했다. 인력은 기간제 교사 150명과 늘봄 전담교사 154명을 확보했다. 일부 신도시 밀집지역에는 기존 학교와 분리된 늘봄전용학교도 설립할 계획이다. 실제로 명지늘봄학교가 올 9월, 정관늘봄학교가 내년 3월에 문을 연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발레 같은 사교육을 공교육 안으로 들어오게 하면서 비용은 낮추고 질 관리를 제대로 하면 학생들에게 더 좋은 늘봄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며 “부산은 내년부터 초3 학생까지 늘봄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