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정원박람회 자문 맡은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 인터뷰 역대 최대 규모로 조성된 행사… 개최 5일 만에 102만 명 발길 “도심 속 정원 향한 갈증 방증”… 서울 권역별 시민 대정원 조성
서울시 총괄건축가인 강병근 건국대 명예교수가 21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선보이고 있는 ‘호미정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 교수는 이번 박람회의 자문 역할을 맡았고, 앞으로 서울에 권역별로 조성될 도심 정원의 총괄 계획을 담당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정원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따로 가는 곳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21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서울국제정원박람회장에 조성된 ‘호미정원’에서 만난 서울시 총괄건축가 강병근 건국대 명예교수가 정원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강 교수는 이번 박람회의 전반적인 자문 역할을 맡았다.
강 교수는 “집 현관 앞부터 시작해 골목길과 광장들까지 곳곳에 공원이 만들어져 서울이 하나의 커다란 ‘그린벨트’가 돼야 한다”며 “삶에 지친 현대인들이 자연을 접하면서 치유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번 박람회는 2015년부터 진행된 서울정원박람회를 국제 행사로 확대한 첫 사례다. 역대 최대 규모인 1만460m² 부지에 국내외 정원작가를 비롯한 학생, 시민, 기업 등이 참여했다. 총 76개의 정원과 정원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마련됐다. 특히 전문가뿐 아니라 정원을 처음 접한 시민이 정원 조성에 참여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디즈니 정원 등이 마련된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16일부터 열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행사 시작 5일 만에 방문객이 102만 명을 넘어섰다. 강 교수는 박람회에 쏠린 관심에 대해 “시민들의 갈증이 어디에 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도시화로 인해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격리돼 고밀, 고층 아파트 속에서 살아왔다”며 “주말만 되면 도시를 탈출하듯 자연을 보러 벗어났지만 이제 자연을 도심 속에서 즐길 수 있게 돼 이번 기회에 많은 시민이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강 교수는 “왜 동네마다 이런 정원을 만들어야 하는지 이유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국내에 처음 원예 치유 개념을 도입한 학자다. 그는 도심 속 정원이 필요한 이유로 ‘자연성 회복’을 꼽았다. 자연을 눈으로, 향으로, 촉감으로 즐기면서 성과주의에 매몰된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 강 교수는 “현대인의 가장 큰 병은 자신도 모르게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피로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라며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과 가까워지려는 본능이 있어 자연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치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도심 곳곳에 ‘시민 대정원’ 조성
시는 다음 박람회 개최지로 보라매공원을 유력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또 권역별로 수준 높은 시민 대정원을 조성해 도심 속 여가 공간이 넉넉한 ‘정원도시 서울’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박람회 등의 총괄계획 수립을 맡고 있는 강 교수는 “도시 따로, 정원 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 ‘정원 속 도시’ 그 자체가 되는 게 정원도시”라며 “정원이 조성될 지역만의 특징을 찾아 자연과 함께 담아낸 아름다운 정원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