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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빛 물결과 장엄한 석회동굴…필리핀 최후의 비경 ‘팔라완’

입력 | 2024-05-26 09:00:00

필리핀 팔라완의 지하강 국립공원.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에메랄드빛 바다와 석회 암벽이 이루는 장관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필리핀 최후의 개척지’인 팔라완섬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길들지 않은 야생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팔라완의 주도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숲속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세계 7대 자연경관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지하강 국립공원’, 그리고 아름다운 ‘사방 해변’이 있다.

비경에 들어서다…긴 세월 빚어낸 석회암 밑 지하강 탐험
자연의 경이로움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게 되는 곳, 지하강 국립공원(Puerto Princesa Subterranean River National Park)이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전모와 구명조끼를 착용한 대여섯 명의 사람들은 작은 보트에 몸을 싣고 지하강으로 나아간다.

지하강 동굴 탐험의 시작.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한 시간가량 오직 사공의 랜턴 하나에 의지해 깜깜한 석회 동굴을 지난다. 수많은 박쥐가 머리 위로 날아간다. 고유한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동굴 내부에는 조명 등 어떤 장치도 설치하지 않았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한 귀에 꽂고, 다른 귀로는 새의 울음소리를 감상한다.

지하강 국립공원. 사람들이 무동력 보트에 앉아 동굴을 둘러보고 있다. 필리핀관광부 제공

2000만 년 전 생성된 석순과 종유석의 웅장함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때마침 오디오 가이드에서 “입을 벌리지 마세요. 박쥐 배설물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라는 당부가 나온다. 암석들은 신성함이 느껴지는 대성당, 과일 모양으로 가득한 시장, 티라노사우루스 등을 연상시킨다.

투어 도중 사공이 잠시 랜턴을 끈다. 어둠 한가운데 물소리에 집중하며 일상의 잡념을 잊고 고요함을 찾아본다.

왼쪽부터 페가수스, 양초, 마리아 형상을 한 석순.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동굴 밖을 나오면 공원에 원숭이들이 뛰어다닌다. 원숭이를 만져선 안 되며 먹이를 주는 것도 안 된다. 이들의 자연적인 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잠시 다녀가는 손님처럼 자연을 대해야 한다.

지하강 국립공원에 있는 원숭이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지구의 허파, 짙은 녹음의 맹그로브에 둘러싸여

필리핀 팔라완의 맹그로브 숲.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지하강 국립공원에서 나와 해안선을 따라 조금만 이동하면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 숲(Sabang Mangrove Forest)이 반긴다. 맹그로브 나무는 바닷가에서도 잘 자란다. 뿌리가 바닷물에 함유된 소금기의 약 90%를 걸러내기 때문이다.

맹그로브 숲은 이산화탄소 저장뿐 아니라 어패류·갑각류 등과 맞물려 종의 다양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해안 토지를 보호하고 침식을 방지하기도 한다.

맹그로브 숲. 나무 뿌리가 수면 위로 노출돼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작은 배를 타고 맹그로브 숲을 지난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작은 배에 올라 숲속의 강줄기를 따라간다. 양옆의 빽빽한 맹그로브를 눈에 담는다. 맹그로브는 뿌리로 산소 호흡을 하기에, 일부 뿌리가 문어 다리처럼 수면 위로 노출돼 있다. 우거진 뿌리 틈에서 잠자는 물뱀도 보인다.

맹그로브 숲 역시 지하강처럼 인간의 무자비한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의 위대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맹그로브 묘목 심기 체험을 통해 환경 보호에 동참해 볼 수도 있다.

팔라완 맹그로브 숲에서 맹그로브 묘목 심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필리핀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 팔라완을 지키기 위한 노력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팔라완 푸에르토 프린세사’ 호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제공

팔라완은 세계 최대 규모 여행 플랫폼인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뽑은 ‘2024년 세계 인기 여행지’ 중 하나다.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프라스코 필리핀 관광부 장관은 “팔라완 관광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여행자를 위한 향상된 관광 경험을 촉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생태 관광지 인근에 있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팔라완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호텔 운영의 모든 측면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을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팔라완의 모습. 수영장 뒤편으로 야자수와 사방 해변이 바로 펼쳐진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호텔은 태양광을 주 전력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방 재생 에너지 회사(SREC)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빗물도 수집한다. 식수가 필요 없는 화장실 등에서는 수집한 빗물을 활용해 물 처리에 필요한 에너지를 감소시킨다. 제로 플라스틱 정책도 시행 중이다. 바다거북 보호 캠페인, 해변 정화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다양한 부대시설을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지 않는 것도 팔라완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함이다. 호텔 조명의 불빛이 사라지자 팔라완의 별빛이 더 밝게 빛난다.

눈앞에 맑고 투명한 바다가…노을 담긴 수영장도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팔라완의 모습.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팔라완은 야자수가 늘어선 백사장과 울창한 정글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팔라완의 풍경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인테리어가 이색적이다. 바다 음영을 띄는 가구와 높은 목제 천장이 편안함을 선사한다.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팔라완의 로비.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제공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팔라완의 1층 객실. 발코니를 통해 바로 수영장에 뛰어들 수 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제공

400평 규모의 야외 수영장은 이국적인 석회암 산과 어우러진다. 168개의 객실 중 1층 객실은 발코니로 나가 바로 수영장에 뛰어들 수 있다.

물에 몸을 맡긴 채 풀 바(Pool Bar)에서 칵테일 한 잔을 주문해 본다. 머리 위 하늘은 노랗게 물들었다가 보랏빛으로 노을 지며 퇴장한다.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팔라완의 풀 바.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팔라완에 노을이 진 모습.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제공

객실에서 몇 초만 걸으면 끝없는 수평선이 펼쳐진 사방 해변(Sabang Beach)이 모습을 드러낸다. 호텔 투숙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해변이다. ‘방카’(Banka) 몇 척이 일렁이는 물결을 떠다닌다.

호텔 앞 사방 해변.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호텔 앞 사방 해변.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재래식 보트 방카는 균형을 잃지 않도록 좌우에 대나무를 붙여 마치 거미처럼 보인다. 호텔에서 해변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방카 선착장이 나온다. 방카 위에 올라 15분가량 파도를 가르면 지하강 국립공원 등 생태 관광지에 다다른다.

지하강 국립공원에 도착한 방카.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방카를 타고 지하강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로컬과 시너지…식재료·수제 맥주, 그리고 귀여운 ‘듀공’

호텔 인근의 ‘세리디안 팜’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부들 파이트’. 바나나잎 위에 놓인 생선, 돼지고기, 치킨, 채소, 밥 등을 서서 맨손으로 먹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호텔은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을 중시한다. 지역 경제를 위해 호텔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식재료를 인근의 ‘세리디안 팜’(Sheridan Farm) 등 농장과 어민들로부터 조달한다.

세리디안 팜에 방문하면 필리핀 전통 식사 방식인 ‘부들 파이트’(Boodle Fight)를 경험할 수 있다. 바나나잎 위에 놓인 생선, 돼지고기, 치킨, 채소, 밥 등 각종 음식을 서서 맨손으로 먹는다. 부들 파이트는 필리핀 군대 식문화에서 유래했다. 전장에서 최대한 빠르게 식사하고자 음식을 한데 모아놓고 계급에 상관없이 함께 먹으며 전우애를 다졌다고 한다.

팔라완 바다에 사는 ‘듀공’ 인형을 호텔 카운터에서 판매한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호텔은 직원들의 유니폼도 팔라완 로컬 브랜드와 협업해 제작했다. 호텔 카운터에서 판매하는 ‘듀공’(Dugong) 인형도 로컬에서 직접 만든다. 듀공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희귀 수중 생물로, 팔라완 코론 바다에서 헤엄친다.

팔라웨뇨 브루어리의 수제 맥주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로컬 양조장의 맥주도 호텔에서 만날 수 있다. 아야 하비에르는 필리핀 최초의 여성 양조업자로, 팔라웨뇨(Palaweño) 브루어리를 창업했다.

팔라완의 청정 환경에서 얻은 깨끗한 물을 사용해 맥주를 만든다. 팔라완 남쪽 바타라자에서 수확한 파인애플을 첨가한 맥주가 별미다.

하루 종일 사방 해변 곁에서…여유로움 만끽

호텔의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에볼루션’의 야외 공간.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제공

시원한 맥주가 목을 적시는 순간, 해변과 함께라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호텔의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에볼루션(Evolution)에서는 바다의 윤슬을 눈에 담으며 여유로운 식사가 가능하다. 현지의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 일 피오레(Il Fiore)에서는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고급 이탈리안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호텔의 피트니스 센터.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제공

호텔의 키즈 클럽.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제공·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팔라완 생태를 탐험하며 긴 하루를 끝낸 뒤 호텔 사우나와 스파에서 피로를 풀어본다. 아침에 해변 조깅 후 야자수가 드리우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기구를 이용해 땀을 뺀다.

어린이 동반 가족 여행객을 위한 시설도 충분하다. 아이들은 키즈 클럽 놀이터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미끄럼틀을 뛰놀다 수면실에서 낮잠을 청한다. 부모는 놀이방 내 돌봄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공항서 호텔 가는 길…로컬 음식 맛보기

호텔 투숙객이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중간에 머무를 수 있는 ‘시티 라운지’.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시티 라운지’에 간식이 갖춰져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호텔은 푸에르토 프린세사 국제공항에서 차로 90분 거리다. 투숙객은 1000필리핀 페소(약 2만3500원)를 지불하면 호텔 측에서 제공하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먼저 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인 호텔 투숙객 전용 휴게 공간 ‘시티 라운지’(City Lounge)에 들른다. 라운지에는 간식과 샤워 시설 등이 구비돼 있다. 장거리 비행에 이은 긴 시간 차량 탑승으로 피곤하지 않게끔 준비한 배려가 돋보인다.

필리핀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칼루이’.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시티 라운지 인근엔 필리핀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칼루이’(Kalui)가 있다. 입구의 알록달록한 간판부터 휴양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목조 인테리어와 필리핀 전통 장신구가 눈길을 끈다.

‘칼루이’의 모습.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칼루이’의 모습.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바삭한 해산물 구이와 키니라우(Kinilaw·필리핀식 세비체), 시니강(Sinigang·신맛이 나는 수프), 아도보(Adobo·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양념에 조려 만드는 필리핀 대표 가정식) 등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칼루이’에서 파는 필리핀 음식.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호텔까지 가는 길, 오토바이와 툭툭이(트라이시클)가 가득한 시내를 지나니 창밖에 울창한 정글 숲이 펼쳐진다. 코끼리 모양을 띠는 카르스트 지형이 신비롭다. 생경한 자연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호텔로 가는 길. 툭툭이(트라이시클)가 가득한 시내 모습.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호텔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코끼리 모양의 카르스트 지형(Karst Mountain Elephant Cave).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팔라완=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