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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초상화, 김일성-김정일과 나란히 선대와 같은 반열… 독자적 우상화 나선듯

입력 | 2024-05-23 03:00:00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교실 등 걸린
‘3代 초상화’ 노동신문에 처음 공개
김정은주의 구축 사전작업 분석



김정은 초상화 걸린 중앙간부학교 강의실 평양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강의실 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상화가 김일성 김정일 등 선대의 초상화와 함께 걸려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 당 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한 소식을 전하며 이 같은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22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상화가 김일성 김정일 등 선대 초상화와 나란히 걸린 사진을 관영 매체를 통해 처음 공개했다. 김 위원장 위상이 선대와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드러내면서 그에 대한 독자적인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대내 매체 노동신문은 22일 1∼4면에 걸쳐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금수산지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면서 여러 장의 사진을 보도했는데 그중엔 교내 혁명사적관 외벽에 김씨 3대의 대형 초상화가 걸린 모습이 담겼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학교 교실 칠판 위에도 이들 초상화가 배치됐다. 그간 김 위원장 초상화만 별도로 포착된 적은 적지 않았지만 선대와 같은 반열로 내걸린 게 파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간부학교에는 김 위원장 연설 장면을 형상화한 단독 모자이크 벽화도 들어섰다. 이 사진들은 노동신문뿐만 아니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도 공개됐다.

통일부는 “북한 보도에서 김씨 3대 사진이 나란히 걸린 건 이례적”이라면서 “최근 김정은 혁명사상 등 사상 지도자로서의 위상 과시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집권 10년을 넘기면서 본인이 선대들과 같은 반열에 올랐고 그들의 후광에서 벗어나 2010년대 말 등장한 ‘김정은주의’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준공식에서 “중앙간부학교를 세계적인 학원으로 건설하는 것은 김일성-김정일주의 당의 명맥과 백전백승의 향도력을 천추만대로 이어 나가기 위한 최중대사(가장 중요한 일)”라고 말했다. 북한의 최근 선대와 차별화된 김 위원장 우상화를 강화하면서도 김 위원장의 혁명 사상이 김일성·김정일 등 선대의 이념의 토대 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3대 초상화가 내걸린 혁명사적관 맞은편 건물에는 사회주의 이론의 근간을 세운 사상가인 카를 마르크스와 블라디미르 레닌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김씨 3대와 마르크스·레닌 초상화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구도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