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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사 국시 연기 있을수 없어” 교수들 “의료정책 자문 등 거부”

입력 | 2024-05-23 03:00:00

조규홍 “면허정지 등 곧 행정처분
석달 걸려… 복귀땐 처분 수위 조절”
군의관 120명 의료현장 신규 투입
의협, 개원의 집단휴진도 검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 장관은 “의대생들이 지금이라도 복귀하면 국시 일정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며 “(연기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뉴스1


정부는 22일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 대해 “현행법을 위반한 상태가 3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다”며 조만간 의사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취할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다만 “복귀하면 충분히 상황을 고려해 적정 처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며 복귀를 촉구했다. 의대생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일각에서 거론되는 의사 국가시험(국시) 연기 가능성에 대해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 “국시 연기는 있을 수 없는 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후 106일 만에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의정 갈등 대응 방안을 밝혔다.

조 장관은 먼저 “법은 누구도 예외 없이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인데 3개월 넘게 현행법 위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어 “처분 절차를 언제 재개할 건지, 처분 시점을 어떻게 할 건지, 처분 수위를 어떻게 할 건지 검토 중”이라며 “저희라고 처분을 하고 싶겠는가. 업무개시명령 위반을 확인해도 처분 절차가 길게는 3개월 정도 걸리는데 그중에 (전공의들이) 복귀하면 처분할 때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정부가 대형병원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전공의들에게 구상권 청구를 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선 “손해배상과 관련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조 장관은 올 9월부터 예정된 국시를 연기해 달라는 일부 대학의 건의를 두고선 “의대생들이 지금이라도 복귀하면 국시 일정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며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국시 연기는 있을 수 없다”며 “지난해 시험을 떨어진 분들도 있고 소수지만 수업을 듣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을 위해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박 차관은 “2020년처럼 추가 시험으로 구제할 것인지는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박 차관은 이어 이날 게재된 본보의 전공의 실명 인터뷰를 거론하며 “문제의 본질은 전공의가 근무지를 떠나고 해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환자를 생각할 때 마음이 무겁다면 한시라도 빨리 복귀해 달라. 복귀하면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고도 했다. 또 “복귀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의대생과 전공의가 있다”며 “그분들이 마음 편하게 동료 눈치 보지 않고 돌아올 수 있도록 여건과 분위기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따라 군의관 120명을 추가로 대형병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대형병원 등에는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 총 547명이 파견돼 근무하게 된다. 정부는 당분간 이들의 근무 기간을 연장하거나 새 인력으로 교체하며 인원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 의협 “대화할 준비 돼 있다”, 정부 “환영”

한편 대한의사협회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맞서 공동 행보를 펴기로 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의협은 22일 오후 대한의학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과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의협과 의대 교수 등은 앞으로 매주 정기적으로 연석회의를 진행하며 단일 의견을 내기로 합의했다.

성혜영 의협 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료계는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박 차관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환영한다”며 “연락을 취해 구체적인 자리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다만 의협과 정부는 서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고 있다. 최창민 전의비 회장은 “의사단체는 정부와 협상할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다. 다만 정부가 전제조건을 달아 놓고 우리보고 조건 없이 만나자니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책임이 증원을 기정사실화한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박 차관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원점 재검토 같은 비현실적인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협 내부에선 그동안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개원의들이 휴진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의협은 2020년에도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2차례 집단휴진을 진행했다. 다만 당시에는 개원의 중 실제 휴진에 참여한 비율은 10∼20% 수준이었다.

한편 전의교협은 22일 총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가 지속되는 3년 동안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의료정책과 관련해 일절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보건복지부에는 의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 수십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이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보건 의료 관련 위원회 참여 등을 일절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향후 정부 의료정책 수립 등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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