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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 규제땐 모두가 패자 될것… 좋은 앱-나쁜 앱 구분해 규제해야”

입력 | 2024-05-23 03:00:00

AI석학 앤드루 응 교수 포럼서 주장
구글-삼성-오픈AI 등 기업 14곳
“책임 있는 개발” AI 서울회의서 서약



2024 AI 글로벌 포럼 개회식 한덕수 국무총리(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22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 인공지능(AI) 글로벌 포럼 개회식에 참석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및 주요 참가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 AI 기업 서약’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뉴스1


“인공지능(AI) 기술을 규제하는 것은 전기 모터를 규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22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AI 글로벌 포럼’에 참석한 세계적 석학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글로벌 AI 규제 방향에 대해 “(기술 자체를 막으면) 모든 사람이 패자가 될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많은 제품에 범용으로 사용되는 전기 모터를 규제하면 산업 전반이 위축되는 것처럼 AI 기술 자체를 규제하면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응 교수는 “전기 모터는 전기차에도 유도 폭탄에도 사용된다”면서 “전기 모터가 아니라 유도 폭탄을 규제해야 한다.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어떤 앱이 좋고 나쁜지를 구분해 규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개회식에서는 14개 기업이 책임감 있는 AI를 개발하겠다는 내용의 ‘서울 AI 기업 서약’을 발표했다. 응 교수의 조언처럼 기업들이 나쁜 AI 서비스에 대해 스스로 규제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서약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 해외 빅테크 8곳과 삼성전자, LG AI연구원,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국내 기업 6곳이 서명했다.

이날 열린 여러 논의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기업의 자율 규제를 신뢰하되 AI의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거름망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이홍락 LG AI연구원 최고AI과학자(CSAI)는 “AI 발전을 위해 기업에 자율성을 허용하면서 국제적인 (안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번에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날 모인 20개국 장관급 인사들은 안전 평가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각국에 ‘AI 안전 연구소’를 설립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논의 내용을 담은 ‘AI 안전, 혁신, 포용 증진을 위한 서울 장관 성명’을 채택했다.

현재 AI 안전 연구소가 없는 한국은 하반기(7∼12월)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산하에 관련 조직을 만들고 향후 독립적인 기관 창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궁극적으로는 큰 규모의 기관으로 만들어 AI 안전 문제에 대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날 열린 ‘AI 서울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역시 AI 안전 연구소 설립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과 영국 정부가 공동 주최한 AI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9개국의 정상들이 안전과 혁신, 포용 등 3대 AI 규범 가치를 담은 ‘서울 선언’을 채택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