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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동물 셀럽’ 연이어 폐사, 왜…태백이 ‘박제 논쟁’도

입력 | 2024-05-23 09:22:00

"야생동물 방어 본능 강해 약한 모습 감춰"
"조기 발견 어렵고 진료, 투약에 제한 있어"
일부 관람객 "관리 제대로 하고 있나" 불만
태백이 박제 소식에 찬반 논쟁도 벌어져



ⓒ뉴시스


서울시 서울대공원 직속 기관인 서울동물원에서 관람객의 이목을 끌던 인기 동물들이 연이어 폐사하고 있다.

23일 서울대공원 등에 따르면 국내 최고령 코끼리로 사랑을 받아온 아시아코끼리 사쿠라는 지난 2월13일 폐사했다.

사쿠라는 1965년생 2월 태국에서 태어나 7개월 나이로 일본으로 옮겨져 다카라즈카 패밀리공원에서 서커스 공연을 했고, 이후 해당 유원지가 문을 닫으며 2003년 5월22일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사육사들이 “사쿠라, 이리 와”라고 부르면 사쿠라는 천천히 다가와 혹시나 사육사가 다치진 않을까 조심스럽게 긴 코를 내밀며 냄새를 맡았다. 낯선 사람은 경계하고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새침데기였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아기 코끼리 희망이가 함께 놀자고 다가와도, 다른 코끼리들이 먹이를 찾아 이동할 때도 힘에 부치는 일이 잦아졌다.

사육사들은 식욕을 회복시키기 위해 대나무와 과일 등을 제공하고 치료를 했지만 사쿠라는 끝내 눈을 감았다.

같은 달 26일에는 시베리아 호랑이 아름이가 19살 나이를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름이는 2005년 6월5일으로 서울대공원 시베리아 호랑이 중 가장 나이가 많았음에도 애교가 많고 사회성이 좋아 사랑을 받아왔다.

“아름아”하고 부르면 다가와 머리를 비비고 푸르르 소리를 내는 프루스텐(호랑이가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을 하며 사육사들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어느 날부터 아름이는 스스로 발톱을 갈고 자신의 털을 정리하는 일조차 힘에 부치는 듯 했다. 야외방사장 산책을 나가는 날도 차츰 줄었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노령으로 인한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아름이는 온전히 서 있는 것조차 어렵게 됐고 결국 폐사했다.

이어 지난달 19일에는 시베리아 호랑이 태백이가 세상을 떴다.

2018년 5월2일 백두, 한라, 금강과 함께 4남매로 태어난 태백이는 맹수사에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 중 가장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호랑이였다.

태백이는 맹수사에서 백두와 함께 지내던 중 지난 2월부터 변 상태가 좋지 않아 진료를 받아왔다. 이후 먹이 섭취량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활동성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약물 치료와 더불어 다양한 먹이를 줬지만 지난달 2일부터는 먹이 섭취량이 더 줄었고 결국 같은 달 15일 전신 마취를 통한 치료와 건강검진을 받았다.

영상 분석과 혈액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담도계와 간의 기능이 현저히 저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급성 간담도계 질환은 고양잇과 동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지만 맹수의 특성상 지속적인 전신 마취나 적극적인 수액 처치가 어려웠고 결국 태백이는 폐사했다.

이달 3일에는 국내에 있던 유일한 몽골 야생마 용보가 폐사했다.

2012년 12월 대만 타이베이동물원으로부터 반입된 용보는 지난달까지도 건강하게 지냈지만 지난 3일 발굽 관리를 받기 위해 전신 마취를 받은 뒤 깨어나는 과정에서 폐사했다.

용보는 의식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고 쓰러졌다. 부검 결과 심장·신장·골격근 등에서 병변이 발견됐다.

인기 동물들의 잇단 폐사에 서울대공원은 야생 동물 특성상 조기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공원은 뉴시스에 보낸 답변에서 “야생 동물은 자기 방어 본능이 강해 약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료와 투약에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찰 활동 강화와 건강검진을 통해 동물 건강 상태 모니터링 후 이상 징후 발견 시 수의사와 협업해 조기 진료를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공원의 설명에도 동물들을 아꼈던 관람객들은 관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박모씨는 서울대공원 누리집에서 “서울대공원은 동물들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 것 맞나”라며 “천수를 누리지 못하는 동물들이 너무 많은데 인원 부족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한다면 동물 개체 수를 자연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이 맞을 듯하다. 우리나라 최대 동물원이라고 홍보만 하지 마시고 아이들 관리에 더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배모씨는 “(태백이가) 2월부터 상태가 안 좋은 것을 알았다면 즉각 조치했어야 맞는 것 아닌가”라며 “2달 뒤에 안 좋아진 상태에서 전신마취라니, 말 못하는 동물이라 미리미리 건강 체크하는 것 아닌가. 대처가 늦었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연이은 폐사는 박제 논란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서울대공원이 멸종 위기 1급인 태백이를 박제한다고 밝히자 동물보호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물 보호 단체 회원 40여명은 지난 19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을 찾아가 박제 중단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항의 집회를 열었다.

누리집에도 박제 반대 댓글이 잇달아 달렸다.

‘Mina’는 “관리 소홀로 떠나보낸 것만으로도 미안한데 박제라니요”라며 “태백이와 같은 우성개채를 박제할 생각보다는 잘 보전 관리해서 종족 번식하는 환경을 만들어 살아있는 호랑이를 보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니’는 “살아있을 때 잘하지, 살고 있는 동물들 잘 살게 할 생각을 먼저 해야지 죽게 만들고는 왜 가죽으로 남겨서 후손들 구경시킬 생각을 먼저 하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동물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아픈 태백이 제때 치료 못 해줘 폐사를 시켰고 적어도 당신들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박제 이야기를 꺼내면 안 된다”며 “당신들이 매일 얼굴 마주하고 식사 챙겨 준 아이가 박제가 된다면 끔찍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나아가 박제를 위해 치료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양상이다.

‘윈윈위’는 “죽기 나흘 전에서야 전신마취 시행, 기력 저하된 상태로 19일에 폐사. 태백이 관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태백이가 죽자 기다렸다는 듯이 박제를 시도하는 모습이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2달 반 동안 제대로 된 치료 못 받고 고통스럽게 요절했는데 박제까지 하는 건 의도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박제를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Lemon은 “멸종 위기인 순혈 시베리아 호랑이 태백이의 모습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며 “태백이를 이대로 불태워 없애버리지 말고 미래세대까지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밝혔다.

이모씨는 “인간의 잣대로 보면 잔인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육사님들이 태백이를 사랑하면 더 사랑했지 방구석 전문가들보단 덜 사랑하진 않았을 텐데”라며 “단순히 아껴주고자 한다는 것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그냥 감성팔이 같다”고 지적했다.

’비오리‘는 “박제사는 동물을 사랑하고 지키는 직업이다. 예전처럼 사냥 트로피와 구경을 위해서 박제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종이 멸종된 이후에 박제 표본에서 추출한 DNA로 종 복원을 한 사례도 있다. 박제는 인간이 아니라 시베리아호랑이를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오리너굴‘은 “순혈 시베리아호랑이 박제표본이 가지는 가치는 호랑이를 박제표본으로 만들지 말라고 민원 넣는 사람들을 아득히 초월한다”며 “할 수 있는 한 수장고에 자리를 만들어서 무조건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은도마뱀‘은 “입으로만 호랑이를 사랑하는 일부 사람들의 입김에 밀리지 않고 박제를 추진했으면 한다”며 “외국 박물관에는 전시 안 하고 수장고에 보관하는 박제만 수천, 수만 점인 곳도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많을수록 좋은 표본이 박제”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