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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후배들에 아버지 같았던 분”…故 신경림 추모 물결

입력 | 2024-05-23 10:32:00

빈소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호실



ⓒ뉴시스


지난 22일 별세한 ‘한국 문단의 거목’ 신경림 시인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시인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인 후배들에게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며 “신경림 선생님이 없는 한국 시단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슬퍼했다.

유자효 전 한국시인협회장은 “갑자기 떠나시는 걸 보니 생전 못 찾아뵌 게 후회가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신경림 선생은 한국인의 정서를 시로 가장 잘 표현했다”며 “그의 시 ‘농무’는 국민의 사랑을 받은 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시가 어려워지는 경향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는데 선생님은 ‘시는 결코 어려운 언어로 쓰는 것이 아니다. 생활어, 늘 하던 말, 그런 언어 속에서 깊은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작품으로 보여줬다”고 전했다.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선생님은 훌륭한 인품으로 후배들이 불편한 얘기를 해도 괘념치 않고 받아주신 품이 넓고 따뜻한 분이었다. 이른바 우리 시대 고비 때마다 자신의 위치를 놓지 않고 어른의 역할을 해온 한국 시단의 거목”이라고 추모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시인의 타계 소식에 “회한은 매미껍질처럼 남기고 편히 가셔라”고 추모 뜻을 밝혔다.

조 대표는 “군화 신은 이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시인은 사람 이야기를 썼다. 삶을 질박하게 노래했다”면서 “천상의 언어나 악마의 절규가 아니라, 내 형제자매와 우리 부모님이 밥상머리에서 하는 말로 시집을 채웠다”며 “물 말은 밥에 짠지 같은 시”라고 했다. 이어 “그 세상은 지나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입을 틀어막는 주먹이 있다”며 “회한은 매미껍질처럼 남겨두시고 편히 가십시오. 저희가 잘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영미 시인은 SNS에 “신경림 선생님은 정직하고 선량하고 욕심이 없는 분”이라며 “‘정직’을 나는 가장 높이 사고 싶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이어 “어린아이처럼 맑은 동심을 간직했으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예리한 눈을 가졌던 시인”이라고 적었다.

이잠 시인도 “등단도 못 한 시 쓰는 젊은이들을 홀대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항상 친구 대하듯 존중해 주셨다”며 “대화에는 막힘이 없으셨고 세를 불리지 않으셨다”고 추모했다.

성북문화원은 “시인은 1978년부터 줄곧 성북구 정릉동에 거주했다”며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았던 시인, 그분이 우리 곁에 함께 사신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했던 시간이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암으로 투병하던 신경림 시인은 22일 오전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장례는 한국시인협회 등 주요 문인단체들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25일 오전 5시30분, 장지는 충북 충주 선산. 02-2072-2011.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