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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의 시작과 끝, 에르메스

입력 | 2024-05-24 03:00:00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열린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 행사에서 에르메스 장인이 제품 제작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1년 코펜하겐에서 시작된 본 행사는 올해 서울에서 10번째 행사를 진행한다. 에르메스 제공


《“손잡이를 만드는 부분이 제일 어려워요.

가죽을 계속해서 덧대면서 마감해야 합니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 ‘켈리백’을 만드는 장인은 ‘제작 시 가장 어려운 작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손잡이를 이루는 뼈대를 가죽으로 계속해서 덧대 작업을 완료한 뒤 인두로 마감 처리된 부분을 지지고, 염료를 위에 덧칠한다.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 잔디광장에서 열린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 행사에서는 켈리백을 비롯한 에르메스 장인들의 제품 제작 시연이 이어졌다. 이날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전통공예의 미래를 상상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토크에 참여한 기욤 드 센느 에르메스그룹 부회장은 “에르메스는 ‘노하우’와 ‘창작’이라는 두 다리로 걷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 스카프, 장갑 등 에르메스가 판매하는 상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실제 에르메스 장인 11명을 초청했으며 현장에서 즉석으로 질문도 가능하다.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은 2021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이래 서울은 10번째다. 27일까지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진행된다.




품질에 타협은 없다… 200년간 증명한 클래식의 가치




서울에 찾아온 장인들… 11명이 롯데월드타워서 작품 제작 시연
7300명 장인이 수작업… ‘켈리백’부터 보석 세공까지 전 제품
세계 공예 전문가 후원… 국내 명장들과 경복궁 복원에 참여도

18일 방문한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 전시장에서는 프랑스 등에서 온 11명의 장인이 각자의 솜씨를 뽐냈다. 가죽 재단부터 시계와 보석 세공, 염색, 말 안장 및 장갑 제작, 도자기 페인팅, 수선 등 전문 분야를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명품 중의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는 전 제품을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1873년 ‘아름다운 마구를 만들자’는 정신이 담긴 작업장에서 시작된 에르메스는 품질을 타협하지 않는다는 기조하에 200년간 장인과 예술가를 동원해 제품을 만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7300명의 장인이 에르메스에 소속돼 근무하고 있으며 가죽 분야만 해도 1년에 100여 명의 장인을 새롭게 교육한다.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 행사에 참여한 에르메스 장인이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매년 100여 명의 장인을 새롭게 양성하고 있다. 에르메스 제공

에르메스는 2021년 9월 프랑스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 ‘에르메스 기술 트레이닝 센터’를 열어 장인들을 양성하고 있다. 장인들은 공예를 전공한 인재들을 영입해 에르메스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트레이닝을 거쳐 양성된다. 이날 만난 한 장인은 “(에르메스 합류 이전) 가죽 제품을 주로 전공했고 1년여 교육을 거쳐서 에르메스 장인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에르메스 장인이 제품에 색을 입히고 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에르메스는 도색, 가죽 등 각 분야 11명의 장인을 초청했다.

드 센느 부회장은 “에르메스의 성공은 장인 정신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에르메스는 지속적인 교육과 투자를 통해 장인과 공방을 늘려나가고 있다. 현재 프랑스 내에서만 30여 개 공방을 보유하고 있으며 1년에 1개씩 공방을 늘리고 있다. 한국에도 2명의 장인이 상주하며 제품 수선 등을 담당하고 있다.

장인들은 자신의 일과 에르메스에 대한 소속감을 가지고 근무한다. 이날 만난 한 장인은 “에르메스에서 일하며 다양한 노하우와 기술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며 “나의 일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일을 사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르메스는 전 세계 공예 장인을 후원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 법인 에르메스코리아는 2015년부터 한국 문화유산인 서울 궁궐 복원 사업을 후원 중이다. 국내 명장들과 함께 경복궁 내부 집기와 기물을 복원하는 등 수리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작업의 의미를 묻자 드 센느 부회장은 프랑스의 기본 정신으로 꼽히는 ‘형제애’를 언급했다. 드 센느 부회장은 “저희에게 중요한 건 장인정신 사이의 형제애”라며 “훌륭한 장인정신을 어디서나 존재하도록 하는 것이 에르메스의 정신”이라고 밝혔다.

에르메스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현재의 수공예 방식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장인 양성을 위해서 연령 제한 없이 지원을 받고 있다. 드 센느 부회장은 “프랑스에서도 장인을 지향하는 젊은이들이 줄고 있어 30대부터 50대 등 나이와 상관없이 후보자들을 계속해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소재 확보도 치열하다. 드 센느 부회장은 “지난 2년간 에르메스가 실크를 주로 구매하는 브라질에서 가뭄이 들어 공급의 위기를 겪었다”며 “그럼에도 ‘품질은 타협하지 않는다’는 기조하에 최선의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드 센느 부회장은 이번 행사의 목적을 묻는 질문에 “공예 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한국 내 에르메스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겠냐는 질문에는 “각 에르메스 매장은 구매의 자유가 있다”며 “모든 제품이 다 똑같은 에르메스 매장은 없으며 한국 역시 다양한 컬렉션 중 원하는 것들을 선택해 전시한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