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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꿈이었으면…” 수류탄 사망 사고 훈련병 母 절규

입력 | 2024-05-23 16:51:00

국군대전병원 응급실 모습. 2024.5.21. 뉴스1


육군 제32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 중 폭발 사고로 훈련병 1명이 숨졌다. 숨진 훈련병의 어머니는 “제발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전하며 함께 훈련했던 동료들의 트라우마를 걱정했다.

23일 군 위문편지 홈페이지 ‘더캠프’와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20대 A 훈련병의 어머니 B 씨가 작성한 글이 올라왔다.

B 씨는 “하늘나라로 간 32사단 훈련병 엄마입니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군 생활을 할 만하다고, 훈련도 받을 만하다고 했던 우리 아들을 이제 다시 볼 수 없게 됐다”며 “다음 주에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영화도 보자는 말에 ‘좋아요’라고 했던 아들”이라고 적었다.

이어 “목소리에서 제법 군인다운 씩씩함이 느껴졌던 하나뿐인 우리 아들”이라며 “너무 보고 싶어서 빨리 만나고 싶다고 하니 ‘힘내시라. 다음 주에 볼 수 있으니 조금만 참아라. 나도 힘내겠다’던 아들이 왜 이렇게 됐을까”라고 토로했다.

B 씨는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어쩌다 이렇게 처참하게 먼저 떠나야 하는지,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라며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입대한 우리 아들이 왜 이런 위험에 노출됐고 사고로 이어졌는지, 그 순간 얼마나 두려웠을까”라고 했다.

그는 “아들이 보고 싶어서 아들을 따라 같이 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이 비통함을 어찌 말할 수 있겠나. 고통 속에 장례를 치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같이 훈련받았던 어린 훈련병들이 부디 트라우마 없이 자대로 갈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시길 바란다”며 “사랑하는 우리 아들 마지막까지 잘 보내겠다. 깊은 애도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육군 제32보병사단의 모습. 2024.5.21. 뉴스1

앞서 지난 21일 오전 9시 50분경 세종시 32사단 신교대에서 훈련 도중 수류탄이 터져 A 훈련병이 국군대전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소대장 1명은 파편에 팔 등을 다쳐 치료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육군은 유가족과 협의해 장례 절차를 돕는 한편, 사고 경위와 부대 탄약·병력 관리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