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용산구 초코파이 연구소에서 만난 강수철 연구소장(50)과 이희영 연구원(31)은 연구실 일상을 소개했다. 연구실에선 분기마다 아이디어 회의 겸 시식회를 여는데 이때마다 온갖 괴상한 초코파이가 등장한다고 한다.
강 소장은 “기성세대는 전혀 개입하지 않고 오직 어린 연구원들의 아이디어로만 시식회를 꾸민다”라며 “100개 중 1개만 통하면 대박을 터뜨린다고 생각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늘 환영한다”고 말했다.
1974년생 오리온 초코파이가 올해로 출시 50주년을 맞이했다. 현재는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 세계 57개국에 판매되고 있다. 국민 간식을 넘어 국가대표 K푸드로 성장한 초코파이를 주제로 20여년 경력의 베테랑과 3년차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막내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같은 초코파이 연구원이라 해도 경력과 나이 차이만큼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강 소장은 “단순히 달고 짠 자극적인 맛이 아닌 사골국물처럼 깊은 맛을 추구한다”며 ‘웰메이드 간식’이 돼야 함을 강조했다. 반면 이 연구원은 “초코파이도 독특하거나 자극적인 맛에 계속 도전해야 한다”며 ‘트렌드 리더’를 지향했다. 그는 “레몬이 들어가거나 상그리아로 향을 낸 초코파이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던지곤 한다”라며 “그때마다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왜?’라는 반문을 듣곤 한다”라며 웃어 보였다.
주니어 연구원들의 엉뚱한 아이디어는 ‘넥스트 초코파이’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마시멜로가 밖으로 흘러나오거나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처럼 톡톡 터지는 맛을 내는 등 재밌는 초코파이를 자주 떠올린다”라며 “올드함에서 벗어나 초코파이에 새로운 옷을 입혀보고 싶다”고 말했다.
●‘건강한 초코파이’ 선보일 것
2016년 초코파이는 40년 만에 새로운 맛에 도전했다. 당시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빵집이 성장하면서 초코파이처럼 공장에서 만든 빵류 과자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었다. 이때 출시한 바나나맛 초코파이가 히트하면서 재도약에 성공했다. 강 소장은 “초코파이가 40년간 한 가지 맛을 고집해왔던 만큼 회사 내부에서도 모두 새로운 맛에 반신반의했다”며 “하지만 바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달라져야 한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초코파이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 두 연구원은 ‘건강한 초코파이’를 만드는 걸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고단백·저당·저열량 등 건강 관련 식품 수요가 커지는 만큼 초코파이도 ‘몸에 안 좋은 군것질’이란 인식에서 벗어나 ‘영양가 있는 든든한 한 끼’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강 소장은 “올해 안에 우리들의 고민이 담긴 ‘건강한 초코파이’를 출시하려 한다”라며 새로운 제품의 등장을 예고했다.
송진호 기자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