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4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4.05.04. 뉴시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김 사령관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내용을 언급한 녹취 파일을 김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령관이 자신의 참모와 통화하던 중 이런 내용이 언급됐다고 한다. 공수처가 대통령 격노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다는 내용의 언론 발표를 준비했지만, 당일 김 사령관이 이를 취소시키며 “VIP(윤 대통령)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 사령관은 군 검찰 조사와 군사법원 재판에서 “박 대령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고 반박해왔다. 김 사령관은 최근 공수처에서 받은 두 차례 조사에서도 대통령 격노설을 본인이 얘기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박 대령과의 대질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또 회의 참석 이후 이어진 저녁 자리에서도 박 대령으로부터 대통령 격노설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국방부 지시를 무시하고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해병대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 이후에도 박 대령은 이 관계자에게 대통령 격노설을 얘기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김 사령관과 박 대령으로부터 들은 이런 내용을 모두 공수처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