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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 주의”… 항공기 안전운항 돕는 ‘잠들지 않는 지상 조종실’

입력 | 2024-05-24 03:00:00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 가보니
전문가 240여명 24시간 모니터링… 대형 스크린엔 운항 항공편 한눈에
비상상황 발생땐 위성전화로 소통… 기계적 문제 발생땐 원격 정비지원



23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종합통제센터(OCC)에서 직원들이 대형 스크린에 표시된 비행 정보 등을 보면서 운항 관리를 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대한항공 KE082편, 선행 항공편에서 터뷸런스(난기류) 보고가 있었습니다. 일본 상공 진입해서도 3시간 동안 단발적 터뷸런스가 예상됩니다.”

23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내 종합통제센터(OCC). 김성진 대한항공 운항관리사가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오는 KE082편 기장에게 위성통신으로 전화를 걸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같은 하늘길(루트)을 지난 항공편에서 예상치 못한 난기류 보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김 운항관리사는 난기류 예상 지점을 분석해 기장에게 알려줬다. 어떤 고도와 루트로 비행하면 좋을지도 조언했다.

OCC는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이라 불린다. 약 1000㎡ 공간에 11개 부서 전문가 240여 명이 3교대로 24시간 항공기와 주변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대한항공의 OCC는 지난해 개관 23년 만에 전면 리모델링을 마치고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39개국 110개 도시에 취항하는 대한항공은 하루 평균 약 400편의 항공편을 운영한다.

OCC에 들어가자 가로 18m, 세로 1.7m 크기의 대형 스크린이 눈에 들어왔다. 스크린에 펼쳐진 전 세계 지도에는 대한항공 비행기들이 어느 곳에 있는지, 기상 상황은 어떤지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직원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평소엔 조용한 곳이지만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고성이 오가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한다.

이날 대한항공은 난기류 대응 체계를 주로 시연했다. 항공기가 심한 난기류를 만나면 격하게 흔들리거나 급강하하는 등 사고 위험이 커진다. 최근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난기류를 만나 승객이 사망한 사고도 비행기가 예상치 못한 난기류 지역에 들어가면서 발생한 일이다. 대한항공은 기상청 자료는 물론 일본과 미국의 기상 자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난기류 데이터 등을 활용해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용 대한항공 종합통제본부 상무는 “적란운과 제트기류 부근에서 난기류가 많이 발생한다. 난기류를 피하기 위해 여러 항로를 만들어 놓는다”며 “기장들끼리 난기류 정보를 공유하며 지상과의 소통 시스템을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기류로 인한 부상이나 기내 환자가 발생해도 OCC에서 상황을 가장 먼저 파악한다. 기내에서 응급처치를 먼저 하고, 필요한 경우 OCC와 같은 건물에 있는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기내와 소통하며 환자를 돌본다.

이와 함께 OCC는 운항 중 항공기에 기계적 문제가 생기는 경우 실시간으로 정비를 원격 지원한다. 비상시엔 회항을 지시하기도 한다. 최적의 항로를 구성해 비행 시간을 줄이고 연료 절감 관리를 해주는 것도 주요 업무다. 황윤찬 대한항공 통제운영팀 부장은 “비행기가 계획된 고도로 운항하는지, 연료 소비를 계획대로 하는지도 확인하고 있다”며 “문제가 생겨도 각 부서 전문가들이 있어서 1초라도 빠르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것이 항공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