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우라 야타로의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라는 책에는 ‘한 달에 한 번만 만나는 사람’ 얘기가 나온다. 한 달에 한 번만 만나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그런 사이에는 기분 좋은 거리감이 존재하는데, 특별하지 않은 만남이어도 헤어질 땐 어김없이 ‘만나서 좋았다. 고마워.’ 이런 생각이 들기에 신기하고 따스하다고. 공감했다. 세상엔 이런 관계도 있다. 나에게도 한 달에 한 번만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책 한 권을 읽고 만나서 밤늦도록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종로에서 독서 모임으로 사람들을 만난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었다.
고수리 에세이스트
이 만남이 가장 애틋해질 때는 헤어질 때. 누군가 “전철역까지 같이 가요” 제안한 걸 시작으로, 모임을 마치면 종로3가역까지 다 같이 걸어가는 것이 일종의 의식이 되었다. 우리는 나란히 밤을 걷는다. 마치 공연을 마치고 무대 뒤를 걸어 나온 사람들처럼, 무척 피곤하지만 한껏 고양되어 충만해진 마음으로 우리가 보낸 시간의 여운을 곱씹는다. 자정에 가까운 깊은 밤, 서로의 걸음을 맞춰 걸으며 불 꺼진 상점들과 조용한 골목길을 지나간다. 이윽고 전철역에 도착하고, 먼저 도착하는 전철을 타는 이들을 배웅하며 헤어진다. 한 달 뒤에 다시 만나자고. 손을 흔들며.
얄팍하거나 치밀한 인간관계에 지쳤을 때 나는 이 사람들을, 이 순간들을 떠올린다. 한 달에 한 번만 만나는 사람들이 소중하다. 적당한 거리감 덕분에 존중과 이해가 배어 있는 이 관계에는 조용한 우정이 깃들어 있다. 언제까지 이런 만남이 지속될진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만나서 좋았다. 만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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