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지지율, 노동당에 20%P 열세 경제 회복 조짐에 정국돌파 승부수 휴가철 선거에 ‘정치 도박’ 우려도
폭우 속 ‘조기총선’ 발표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7월 4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폭우 속에 진행된 회견으로 수낵 총리의 상의가 빗물에 흠뻑 젖었다. 런던=AP 뉴시스
영국 집권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44)가 7월 조기 총선을 깜짝 발표했다. 보수당이 2010년 이후 14년째 집권 중이지만 최근 지지율에서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는 데다 7월은 통상 휴가철로 꼽히는 시기라 정치적 도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낵 총리는 22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폭우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영국이 미래를 선택할 순간”이라며 7월 4일 조기 총선 계획을 돌연 선언했다. 그는 찰스 3세 국왕과 만나 다음 총선을 위한 의회 해산을 요청했고, 찰스 3세가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총선은 내년 1월 28일까지 치르면 되지만 총리는 이를 앞당길 수 있다.
노동당은 이달 초 지방선거 압승을 바탕으로 조기 총선을 주장해왔고, 이 시점에서 총선을 치르면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도 수낵 총리가 승부수를 던진 것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심각해진 고물가가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3% 상승하며 오름폭이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였다. 경제가 호전되는 시점에 총선을 치러야 유리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보수당이 반전 승리를 노리는 게 아니라 인기가 더 떨어지기 전에 선거를 치르겠다는 뜻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62)는 조기 총선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유한 영상에서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며 “답은 보수당의 5년을 더 연장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