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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교육도 부처님의 길… 유치원 안으로 절이 들어갔죠”

입력 | 2024-05-24 03:00:00

강화 법왕사 회주 계성 스님
대웅전 없고 건물 3층에 법당만
‘잘 돌본다’ 입소문 견학 줄이어



계성 스님은 “종교 시설에서 세운 유치원이지만 아이들에게 특정 종교를 가르치거나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단지 법당도 놀이터 중 하나이다 보니 이곳 출신 아이들 중 많은 수가 입대했을 때 법당을 찾는다고는 하더라”고 말했다. 강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절이 아니라 유치원을 세웠으니까요.”

21일 인천 강화군 법왕사에서 만난 회주 계성 스님은 절에 왜 대웅전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법왕사는 일반 사찰에 있는 대웅전 같은 전각이 따로 없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건물만 있는 특이한 사찰이다. 입구에 법왕사라고는 쓰여 있지만 절과 관련된 시설은 유치원 건물 3층에 있는 법당이 전부다. 계성 스님은 “절을 짓고 유치원을 만든 게 아니라 유치원 건물을 먼저 지었다”라고 말했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한 그는 불교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포교 등을 위해 1991년 이곳에 코끼리 유치원을 설립했다. 반지하를 포함한 1층 건물로 시작했을 때는 법당조차 없었으나, 이후 증축을 통해 3층에 법당을 마련했다. “법당 역할도 하지만 대부분 시간은 아이들이 태권도도 배우고 뛰어노는 체육관으로 쓰지요. 아이들이 해맑게 뛰어노는 모습이 부처님 보시기에 더 좋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는 “종교 시설에서 세운 유치원이지만 절대 종교를 강요하지도, 가르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때 성탄절의 의미와 유래, 산타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는 것처럼 부처님오신날에 의미와 유래를 몇 시간 설명해 주는 것 외에는 일반 유치원과 교육과정이 똑같다는 것. 반면 수업료는 교육비, 간식비, 교재비 등을 모두 포함해 월평균 5만 원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저렴하다. 수익을 남길 생각도, 필요도 없기에 국가와 지자체 지원, 시주 등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어려운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초기에는 학교와 후배 스님들 후원금을 줄 수가 없어서 몇 년 동안 대학 동창회(동국대 승가학과)도 나가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시주는 물론이고 사비까지 유치원에 모두 털어 넣었기 때문. 설립 초기에는 주변에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어 먼 곳에 사는 교사와 직원들을 위한 기숙사까지 마련해줬다. 이런 열정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이 늘었고, 이 때문에 2004년에는 유치원 옆에 영아 전담 어린이집(코끼리 어린이집)까지 개원했다. ‘잘 돌본다’ ‘믿을 만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강화군에서 운영이 어렵게 된 인근 다른 어린이집(불은 어린이집)까지 위탁하고, 이제는 서울과 인천 지역 유치원,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견학을 올 정도다. 현재 3개 유치원, 어린이집 200여 명의 아이들을 50여 명의 교사와 보조교사, 직원 등이 돌보고 있다.

30년이 넘다 보니 커서 어른이 된 아이들이 다시 자기 자녀를 보내는가 하면, 유치원 교사가 돼 돌아온 아이들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저출산 영향으로 강화 지역은 물론이고 웬만한 도시의 유치원, 어린이집도 원생 모집이 쉽지 않지만 코끼리 유치원은 추첨으로 입학해야 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집도 1년 전에 대기를 걸어도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계성 스님은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행복도 그런 행복이 없다”라며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기르는 것만큼 부처님의 길을 걷는 게 또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강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