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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라이칭더 취임 3일만에 ‘대만 포위’ 훈련… 대만, 전군 대비태세

입력 | 2024-05-24 03:00:00

中 ‘ICBM 둥펑 그려진 포스터’ 공개
“대만 독립세력 머리 깨질 것” 경고
대만 “비이성적 도발” 육해공 맞대응
美 “역내국가들, 中 억제 나서야”



23일 중국 동부전구 사령부는 육해공군 및 로켓군이 합동으로 대만 주변을 포위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히며 훈련 중인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출저 웨이보


중국이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의 취임식이 열린 지 사흘 만인 23일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2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훈련은 중국 본토와 가까운 진먼(金門)섬, 마쭈(馬祖)섬은 물론이고 대만 본섬까지 에워싸는 ‘대만 포위’ 성격이 짙다.

중국이 훈련 장소까지 직접 지도로 공개하며 위협에 나선 것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며 군사훈련을 감행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20일 취임식 이후 라이 총통을 향해 “독립 본색을 드러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던 중국이 무력시위를 통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만 역시 “전쟁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전군에 비상 대비 태세를 지시하는 등 중국에 맞설 뜻을 분명히 했다. 라이 총통은 같은 날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타오위안 군사기지를 찾아 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미국, 일본 등도 중국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 中 “독립 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

대만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부는 23일 “이날 오전 7시 45분부터 이틀간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남부·동부, 진먼섬 등에서 육해공군 및 로켓군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중국 전투함 15척, 해안경비대 함정 16척, 전투기와 공중조기경보기 등 각종 항공기 42대가 동원됐다.

중국은 이번 훈련의 이름을 ‘리젠(利劍·예리한 검)’으로 붙였다. 이번 훈련에 투입할 것으로 추정되는 장비가 그려진 포스터도 공개했다. 자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 대만을 겨냥해 만든 ‘071형 상륙함’ 등이 포함됐다. 리시(李熹) 동부전구 대변인은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자 외부 세력의 간섭과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며 대만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독립 세력은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것”이라고 험악한 표현으로 경고했다.

현지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훈련의 목적은 크게 총 세 가지다. 먼저 대만 최대 도시 타이베이를 겨냥해 집권 민진당과 라이 총통에게 정치적 위협을 가하고, 제1항구이자 남부 거점도시 가오슝항을 봉쇄해 대만 경제에도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만 본섬 동부를 막아 해외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차단하고, 유사시 퇴로를 끊는 것이다.

중국은 2022년 8월 미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전격 방문했을 때도 전례 없는 대만 포위 훈련을 펼쳤다. 당시 대만과 가까운 남동부 푸젠성 핑탄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벌여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굉음과 화염을 내뿜었다.

이번 훈련은 2022년과 비교했을 때 본섬이 아닌 다른 섬까지 포함했을 뿐 아니라, 중국 본토에 가까운 진먼섬 마쭈섬과 대만 본섬 사이를 완전히 가로막는 형태로 훈련 범위가 더 넓어졌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차이잉원(蔡英文) 전 대만 총통, 같은 해 8월 라이 총통이 당시 부총통 자격으로 각각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훈련을 실시했다.

● 대만 “비이성적 도발”… 美 “역내 국가, 함께해야”

대만 국방부는 이날 “지역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라며 “규정에 따라 지상군, 해군, 공군을 투입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주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맞섰다.

또 대만 국방부는 해군의 ‘반차오(班超)’함이 중국 인민해방군 ‘사오싱(紹興)’함을 감시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신주(新竹)공군기지에서 전투기도 출격시켰다. 라이 총통은 타오위안(桃園)기지의 해병대 66여단을 전격적으로 방문한 자리에서 “외부의 도전과 위협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 역내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도 중국을 견제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티븐 스클렌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부사령관은 같은 날 중국의 행보를 “공개 규탄한다(condemn it publicly)”며 “미국은 물론이고 역내 국가가 (중국을) 비난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2023년에도 대만 침공 작전을 연습했다고도 주장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 역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의 안보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동조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