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실질소득 7년만에 최대폭 감소 기저귀-채소 등 물가 상승률 3%대 1분기 실질소득 1.6% 뒷걸음질 근로소득 통계 작성이래 최대 낙폭
두 달 전 아내가 출산했다는 강 씨는 “돈 나올 구멍은 똑같은데 기저귀부터 시작해 국밥까지 가격이 안 오른 게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변에 임금 삭감 동의서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한 사람들도 있어 감사하며 다녀야 할 처지”라고 했다. 강 씨는 올해부터 집에서 도시락과 커피를 챙겨 출근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버는 근로소득은 월평균 329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 줄었다. 근로소득이 감소세를 보인 건 코로나19로 고용이 위축됐던 2021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실질근로소득은 3.9%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실질근로소득 감소 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가장 크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동향수지과장은 “물가만큼 소득이 늘지 않았기 때문에 가구 실질소득이 마이너스가 됐다. 특히 지난해 기업 상여금 등이 감소한 영향으로 근로소득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000원도 안하던 애호박이 2000원… 외식 줄여도 돈 더 들어”
[더 쪼그라든 가계살림]
1분기 가구 실질소득 1.6% 감소
가계 쓸 수 있는 돈 4.8% 오를때… 라면-돼지고기 등 생활물가 8.9%↑
‘상여금 0%’ 대기업 직원도 소득 줄어… 영세 자영업자 “한달 순익 20만원뿐”
1분기 가구 실질소득 1.6% 감소
가계 쓸 수 있는 돈 4.8% 오를때… 라면-돼지고기 등 생활물가 8.9%↑
‘상여금 0%’ 대기업 직원도 소득 줄어… 영세 자영업자 “한달 순익 20만원뿐”
물가 상승세가 본격화된 최근 2년간 가계의 실질소득이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소득이 오른 폭보다 장바구니 물가가 두 배 가까이 더 뛰었기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벌이도 홀로 마이너스(―)를 보였다. 중동 안보 불안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가계의 팍팍한 살림살이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박모 씨(41)는 올 들어 임금이 3%가량 올랐다. 정부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 임금 인상 폭이 제한되면서 임금이 지난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게 오른 것이다. 박 씨는 “세금을 떼고 나면 300만 원대 중반인 실수령액이 겨우 10만 원 정도 올랐다”며 “무섭게 오르는 물가를 생각하면 월급이 사실상 뒷걸음친 셈”이라고 했다. 그는 “외벌이를 하면서 아이까지 키우기에는 버겁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박 씨는 가족 외식 횟수도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줄였다.
특히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25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2.0% 줄었다. 전체 1∼5분위 가구 중 전년보다 소득이 감소한 건 이들이 유일하다. 지난해 실적 부진의 여파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SK하이닉스, LG 등 대기업의 상여금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만 보면 전년보다 4.0% 감소했다.
● 영세 자영업자 홀로 소득 뒷걸음질
근로소득자뿐만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의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1분기 자영업자 등이 벌어들인 사업소득은 1년 전(80만4000원)보다 8.9% 오른 87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소득 수준별로 보면 1분위는 월평균 10만2000원을 벌어 1년 전보다 3.6% 줄었다. 3분위의 사업소득(85만2000원)은 19.6%, 4분위(118만5000원)는 16.3% 오르는 등 나머지 자영업자의 소득이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공 행진하는 물가에 내수가 위축되며 취약계층부터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충북 청주에서 혼자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한모 씨(31)는 이달 벌어들인 순이익이 2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가정의 달을 맞아 평소보다 매출이 올랐는데도 설탕, 밀가루 등 재룟값이 덩달아 올라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는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데도 메뉴판 앞에서 ‘너무 비싸다’며 망설이다가 가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물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밖에서 뭔가를 사 먹는 사람 자체가 줄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부동산중개업소에 가게를 내놨다는 그는 “주변 카페 2, 3곳도 마찬가지로 가게 폐업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위 자영업자에는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나 홀로 사장님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다”며 “이들의 벌이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폐업 등으로 1분위에 속하는 자영업자 수 자체도 줄었다”고 말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