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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급 기레기” 댓글 썼다가 모욕죄 기소…대법원서 ‘무죄’ 왜?

입력 | 2024-05-24 07:46:00

게티이미지뱅크.


언론사 대표를 ‘거물급 기레기’라고 표현한 누리꾼이 모욕죄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벌금 3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 씨는 2019년 8월 지역 신문 대표 B 씨에 대해 ‘거물급 기레기’라는 글을 페이스북 댓글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B 씨 측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 조작 가담 의혹, 피해자의 선거 관련 보도 행태 등을 비판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B 씨는 A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의혹이 허구라는 점을 강조한 사설을 공유했다. A 씨는 이를 비판했고, 같은 취지의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해당 글에 동조하는 댓글이 달리자, A 씨는 ‘거물급 기레기’라는 표현이 담긴 대댓글을 달았다.

1심과 2심은 “직업인으로서의 언론인에 대한 외부적 평가와 명예를 저하하는 경멸적 표현으로서 형법이 규정한 '모욕'에 해당한다”며 A 씨에게 모두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기레기’라는 표현이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면서도 전후 사정을 따져봤을 때 A 씨의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 씨는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확인된 기본적 사실관계를 전제로 기자이자 언론사 대표인 B 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B 씨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건 보도에 관해 소극적인 행태를 취하는 것을 비판했다”며 “이러한 피고인의 판단이나 의견은 대체로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물급 기레기’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의혹을 제기하거나 해명을 촉구한 A 씨를 고소한 B 씨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을 압축해 강조하는 과정에서 다소 감정을 섞어 부분적으로 사용한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레기’라는 표현은 기자를 비하해 부르는 속어로 기사나 기자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에서 비교적 폭넓게 사용되는 단어”라며 “이 사건 표현이 포함된 댓글 역시 언론인인 B 씨의 고소 등 행태와 관련된 것으로서 그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기자를 비하하는 ‘기레기’라는 표현이 형법상 금지되는 모욕적 표현이라는 판례를 2021년부터 유지하고 있다. 다만 객관적으로 타당한 사실을 전제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모욕적 표현이 부분적으로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행위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