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진 데일리비어 대표 인터뷰 IT기업 프로그래머서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대표로 싱가포르 1호점 개점… 10년 만에 해외진출 미국, 일본, 태국 등과도 해외진출 논의
생활맥주 1호점은 자리가 없으면 매장 밖에 돗자리를 깔고 앉을 정도로 인기였다.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 유통을 허용한 2014년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도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 여러 수제맥주 프랜차이즈들이 생겼다. 그중에서도 서울 여의도에 와이셔츠를 입은 직장인들이 유독 몰리는 곳이 있었다. 한 아파트 상가에 자리 잡은 맥줏집 ‘생활맥주’였다.
매장 자리가 없으면 밖에 돗자리를 깔고 앉을 정도로 인기였다는 생활맥주는 놀랍게도 IT기업 프로그래머 손에서 시작했다. 당시 한국오라클에 근무하던 임상진 데일리비어 대표는 항상 창업을 꿈꿨다고 한다. 지난 16일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임 대표는 “경제적으로 풍요롭진 않아도 작은 가게로도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생활맥주 1호점이 문을 연 장소. 생활맥주는 여의도에 무권리로 나온 폐업한 꽃집 자리에서 시작했다.
결국 회사를 나온 그는 2014년 여의도에서 폐업해 무권리로 나온 꽃집 자리에 작은 맥줏집을 열었다. 그렇게 탄생한 ‘여의도 명물’은 어느새 전국 250여개 매장을 거느리는 외식사업체가 됐다. 하지만 성장통은 여전하다. 커진 규모에 맞게 새로운 사업을 계속 확장해야하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거꾸로 생각해보면 시작할 때가 제일 편했던 것 같다. 가게 하나였을 땐 사실 걱정거리가 별로 없었다”며 “갈수록 더 쉬워진다는 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임상진 데일리비어 대표.
플랫폼 역할을 바탕으로 최근 해외진출도 이뤄냈다. 창업한지 10년 만이다. 사실 해외 진출의 꿈은 2017년 무렵부터였다. 글로벌 수제맥주 프랜차이즈가 부재하다고 느낀 임 대표는 빈자리를 차지하고자 했다. 택한 전략은 현지 시장에 녹아드는 것. 그는 “술에 대한 규제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오히려 기회가 있다고 봤다”며 “현지에 플랫폼을 만들면 글로벌화하기 훨씬 수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든 맥주만 파는 것이 아니라 현지 양조장과 협업하고 한국적인 재료를 더해서 그들과 함께하자는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먼저 손을 내민 건 싱가포르의 F&B그룹 카트리나(Katrina)였다. 임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본래 카트리나 그룹은 치킨 브랜드와 계약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들 일행이 시장조사를 끝에 ‘최고의 치킨’으로 택한 건 다름 아닌 생활맥주였다. 치킨보다도 맥주를 주 사업으로 한다는 점에 더욱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마치 천운과도 같아 보이지만 사실 준비된 결과였다. 생활맥주는 지난 2017년 배달 전문 브랜드인 ‘생활치킨’을 론칭하고, 기존 생활맥주 매장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했다. 임 대표가 해외 진출을 고민했다는 시점과 맞물린다. 그는 “사실 생활치킨을 만든 이유가 해외진출 때문이다. 예컨대 중동 같은 곳은 주류 판매가 거의 안 된다. 그래서 맥주와 치킨을 분리한 맥주를 만들었던 것”이라며 “싱가포르에도 완전히 치킨으로 들어가는 매장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생활맥주 싱가포르 1호점 내부 모습. 한국 수제맥주를 경험하기 위한 현지인들로 내부가 꽉 찬 모습이다.
그렇게 생활맥주는 지난달 싱가포르 텔록 아이어 지역에 첫 해외매장 문을 열었다. 싱가포르 1호점은 오픈 한 달 반 만에 1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싱가포르 1호점에서는 우리의 레시피와 효모를 사용한 총 7종의 수제맥주를 판매한다. 특히 인삼과 효모를 가지고 양조한 ‘인삼라거’에 대한 관심이 높다. ‘타이거’ 맥주 등 일반적인 현지 필스너 맥주를 마시다가 다소 독특한 맛을 보니 신기하다는 반응이라고. 이 역시도 현지 양조장이 우리 효모로 양조한 것이다.
이젠 시그니처가 된 ‘소주 무료로 타드림’ 서비스도 싱가포르에서 똑같이 진행한다. 현지에 녹아들면서도 우리의 문화는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오픈 행사에서 한국 직원이 ‘도미노 소맥(소주+맥주)’을 시연하자 현지 분위기는 난리였다고 한다.
임 대표는 생활맥주가 국내외에서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대표’ 이미지를 갖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맥주 프랜차이즈 하면 생활맥주, 데일리비어가 떠오를 만큼 글로벌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그걸 목표로 지금 달려가고 있다”며 “사람으로 치면 우린 이제 유아기를 지난 것 같다. 재밌고 훌륭하고 맛있는 맥주를 더 많이 알려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젠 그걸 할 수 있는 곳은 저희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