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박근혜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 중 하나로 국정농단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을 대통령실에 기용하기로 했다. 그가 맡을 자리는 시민사회수석 아래 3비서관이다. 정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복심 중의 복심이었다. 검찰이 압수한 그의 휴대전화에는 비선(秘線) 최순실과 나눈 대면 대화와 전화 통화가 여럿 녹음돼 있었다. 최순실이 그에게 “받아 적으라”며 지시하는 듯한 육성이 공개되면서 대통령직은 무게를 잃었고, 탄핵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2016년 특검 파견검사 시절 그를 수사했고, 구속기소했다. 1년 6개월 만기 출소한 이후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에게 우호적이었다. 취임 첫해 사면·복권시켰고, 이젠 비서관으로 기용하기에 이르렀다. 정 전 비서관이 지난해 국가정보원 산하 기관에 자문위원으로 비공개 위촉됐는데, 용산의 힘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수사와 재판으로 소원해졌던 박 전 대통령이 추천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친박계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문서를 최순실에게 유출한 혐의로 자신이 구속한 인사를 발탁해 쓰기로 마음먹었다. 국정 농단의 문제점을 국민들이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논란이 될 게 뻔한 이런 인사를 왜 단행하려는지는 정확지 않다. 정 전 비서관의 대통령실 근무는 부적절하다. 정부문서 유출이란 범죄 말고도 그는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알면서도 바로잡지 못했다. 법원이 그의 판결문에 “농단의 방조자가 됐다”고 쓸 정도였다. 그가 맡을 시민사회 3비서관 자리는 민심을 파악해 대통령에게 정확히 보고해야 하는 자리다. 부적절한 인사를 기용한다면 총선 패배 후 “민심에 더 귀 기울이겠다”던 대통령 말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민주당은 “탄핵에 대비하는 거냐”는 조롱성 비판을 내놓았다. 형사처벌 대상이 된 총선 후보가 유독 많았던 조국혁신당조차 “(용산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반응했다. 그런데도 집권당에선 아무런 대응이 없다. 누구도 “발표 전이니 인사 결심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말을 못 하고 있다. 용산은 민심에서 동떨어져 가고, 여당은 민심의 전달자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