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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금개혁 24개 시나리오만… 국회, 공론화위에도 합의 못해

입력 | 2024-05-25 01:40:00

[연금개혁 공방]
尹정부 공약 ‘연금개혁’ 무슨 일이
尹, 대통령 직속 위원회 약속했지만… 국회 기구 출범하며 논의 지지부진
여야, 소득대체율 두고 입씨름 계속… 2년 활동에도 결국 격차 못 좁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운데)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합의도 없이 본회의를 강행하고 일방적인 특검법 처리를 위해 연금개혁까지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참 나쁜 정치이자 꼼수 정치”라고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금개혁안 막판 처리를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29일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성사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 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당시 약속한 ‘3대 개혁’ 중 하나다.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하지 못한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를 모았으나 정부는 단일안 대신 24가지 시나리오를 국회에 제출하며 책임을 떠넘겼고, 국회에선 공론화 조사까지 진행하고도 합의를 이루지 못해 좌초 위기에 처한 상태다.

● 윤 대통령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설치” 약속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 1월 24일 인터뷰에서 “연금개혁을 위해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고 이 내용은 공약집에도 포함됐다. 2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선 “정권 초기에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취임 직후부터 ‘3대 개혁’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언급하며 여러 차례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대통령 직속이 아닌 국회 소속으로 2022년 7월 출범했다. 출범 당시 연금특위는 2023년 4월 말까지 활동하기로 했으나 논의에 속도가 나지 않아 2차례 임기를 연장한 상태다. 그러는 동안 윤 대통령이 약속한 ‘정권 초기’도 지나갔다.

정부도 뚜렷한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는 정부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연금개혁안 대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받는 돈), 수급 개시 연령 등을 조합한 24가지 시나리오만 포함됐다. 이를 두고 ‘맹탕 개혁안’을 내놓으며 연금개혁의 책임을 국회에 떠넘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공론화위까지 가동했지만 논의 지지부진

정부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국회 연금특위는 4·10총선 직후를 연금개혁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정당성을 얻기 위해 공론화 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어 올 1월 연금특위 산하에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연금개혁안을 ‘소득보장안’과 ‘재정안정안’ 두 가지로 압축했다.

소득보장안은 ‘더 내고 더 받는’ 안으로 보험료율을 현재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는 동시에 소득대체율도 현재 40%에서 50%로 올리는 것이다. 재정안정안은 ‘더 내고 현재처럼 받는’ 안으로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40%를 유지하는 것이다. 시민대표단 500명은 올 3, 4월 학습과 숙의토론을 진행했고 지난달 23일 최종 조사 발표에서 과반(56%)이 소득보장안을 택했다.

하지만 “공론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금개혁안을 도출하겠다”던 연금특위는 여야의 거듭된 협의에도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리기로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고 국민의힘은 43%, 더불어민주당은 45%를 고수하면서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특위가 막판 합의안 도출을 위해 5박 7일 유럽 출장을 떠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에서 못 한 합의가 해외에선 되느냐”는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7일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여당에선 소득대체율 44%까지 양보할 수 있다고 나왔으나 여전히 1%포인트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 충실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22대 국회 재논의가 바람직하다고 밝혀 추진 동력이 더 떨어졌다.

지금의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1000조 원이 넘는 기금이 2055년 소진되기 때문에 여야 어떤 안이든 택해 가급적 빨리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 3%였던 보험료율은 두 번 올라 1998년 9%가 됐지만 이는 제도 설계 당시부터 예정됐던 보험료 인상으로 역대 어느 정부도 보험료율 인상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