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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에어컨도 앱으로 원격 제어… 편리함-에너지 절약 일석이조”[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입력 | 2024-05-25 01:40:00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기술로 공조 시장 넓히는 에어딥… 기기에 부착만 하면 작동 준비 끝
초저전력 IoT 모듈 기술로 구현… 센서가 감지한 빅데이터 활용해
전력수요 관리 시장도 진출 계획… “센서 조합 다양화, IoT 세상 확대”



김유신 에어딥 대표이사가 20일 경기 수원시 광교비즈니스센터 사무실에서 지능형 원격 냉난방 제어기 ‘에어딥큐’를 부착한 실내 모형을 앞에 두고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제주 검은 조약돌을 형상화한 에어딥큐는 에어컨 근처에 부착하면 된다. 수원=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여름이 온다. 푹푹 찌는 더위에 시달릴 날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그런 날, 퇴근해서 집 현관문을 열었는데 시원한 공기가 나를 맞아준다면 얼마나 상쾌할까. 사물인터넷(IoT)이 확대되고 있다지만 에어컨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켜는 경우가 많다. 사용 연한이 길어서 오래전에 설치된 게 많고, 오피스텔이나 상가같이 에어컨이 대량 설치되는 건물에는 경제성 때문에 IoT 기능이 없는 에어컨이 많이 설치되고 있어서다.

스타트업 에어딥은 IoT 모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로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관심을 두는 회사다. 여러 제품과 기술 중 최근에는 휴대전화로 멀리 떨어진 에어컨을 제어해주는 제품을 선보였다. 20일 경기 수원시 광교비즈니스센터에서 만난 김유신 에어딥 대표이사(50)는 “생활 밀착형 기술로 에너지 절약은 물론이고 매일 들이마시는 실내 공기 관리를 손쉽게 하도록 돕는 기술과 서비스 제공의 최고 스타트업이 되고 싶다”고 했다.

●“24시간 스터디카페 주인들 사이 입소문”


올 1월 미국 캘리포니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김유신 대표이사(왼쪽)가 관람객과 에어딥 제품 및 기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에어딥 제공 

에어딥이 최근에 업그레이드해 내놓은 에어딥큐(Q)는 손바닥만 한 조약돌 모양의 지능형 에어컨 제어기다. 건전지만 넣어 에어컨에 부착하면 된다. 천장형이나 벽면형, 타워형 에어컨을 가리지 않고 적외선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에어컨이면 대부분 다 된다.

에어딥은 LG전자, 삼성전자, 캐리어같이 국내에서 사용되는 대부분 에어컨의 적외선 리모컨 신호를 분석해 에어딥큐 하나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에어딥큐는 와이파이 통신망을 이용하는데 AAA 건전지 3개로 6∼12개월 동안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는 초(超)저전력 모듈 설계 기술로 제작됐다.

에어딥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구형 에어컨을 집 밖에서 켜거나 끌 수 있고 풍향과 풍속을 임의로 작동할 수도 있다. 예약도 된다. 에어딥큐에는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는 센서와 진동 감지 센서 등이 들어 있다. 동작 감지 센서를 추가하면 사람의 움직임이 없을 때 자동으로 에어컨을 끌 수도 있다. 실내 공기 상태를 감지해 여러 인공지능(AI) 모드로 관리할 수 있다. 집에 홀로 있는 반려동물을 위한 모드, 공공기관 에너지 지침에 따른 에너지 소비 최소화 모드, 최적 업무 모드, 습도 관리 모드 등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우리의 IoT 플랫폼 기술 일부를 적용해 개인 소비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 에어딥큐”라며 “24시간 운영하는 스터디카페나 골프연습장 사장님들 사이에서 손님이 없을 때 에어컨을 간편하게 끌 수 있는 기기로 소문이 나면서 좀 알려지는 듯하다”고 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소형 미용실에서는 손님이 도착하기 직전에 에어컨이나 난방기를 켜는 용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에어딥은 IoT 플랫폼 기술을 적용할 분야를 찾다가 에어컨 제어를 통한 에너지 절약 및 삶의 질 개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 대표는 “국내에만 현재 구형 에어컨이 2000만 대가량 있고, 매년 새로 나오는 에어컨 약 250만 대 가운데 100만 대 이상은 IoT 기능이 없다”고 했다.

●전력 수요 관리 시장까지 내다본다


에어딥은 에어딥큐로 빌딩 관리 시스템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IoT 모듈을 설계해 제작하고, 센서에서 감지한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있어서다. 맞춤식으로 IoT 기기 제작이 가능하고, 기존 빌딩 관리 시스템 서버로 에이딥큐가 수집한 정보를 매끄럽게 전달해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여러 브랜드의 구형 에어컨을 갖춘 학교나 기숙사 같은 곳에서는 에어딥큐를 설치하고 우리가 만든 통합관리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에너지 관리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 작동 방식은 흉내 낸다고 하더라도 초저전력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기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다루는 소프트웨어 역량도 쉽게 따라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어딥은 더 나아가 전력 수요 관리 시장까지 보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전력 수요가 공급을 넘지 않도록 최대 전력(피크)을 관리한다. 그중 ‘에너지 쉼표’ 사업이라는 게 있다. 개별 가정이나 점포, 공장이 전력 수요 관리 사업자를 통해 에너지 쉼표 사업에 가입하고, 최대 전력이 예상될 때 전력 소비를 줄이면 인센티브를 받는 식이다. 에어딥은 전력 소비량이 큰 에어컨을 원격으로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확대되면 전력 수요 관리가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원격지에서 바로 에어컨을 끄거나 전력 감축 요청이 있을 때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것 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전력 수요 관리 사업자로서 국가 에너지 절감 노력에 동참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에어딥큐에는 에어컨 실제 작동 시간을 감지할 수 있는 진동 센서가 도입됐다. 에너지 사용량을 추산할 수 있어 온도와 날씨, 지역, 점포별 특성에 따른 전력 관련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에어딥은 국내 시장과 함께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는 구형 에어컨이 대부분인 데다가 에너지 감축 욕구도 많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중견기업 사업부에서 분사해 창업


에어딥은 2020년 데이터방송 관련 솔루션 회사의 데이터사업부가 분사하며 생겼다. 김 대표는 당시 이 사업부를 이끌며 IoT 기술을 활용해 환기장치를 원격 감시하고 제어하는 외부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3년간의 연구 덕분에 IoT 모듈을 설계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갖게 됐다. 현재 직원 대부분이 기존 회사 구성원들이다.

김 대표는 “회사가 사업을 정비하면서 분사를 하게 됐는데 IoT 플랫폼 기술을 확보한 상태였고 모회사가 적절한 가치로 인정해줘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완성된 기술을 적용할 시장도 금세 눈에 들어왔다. 창업 이듬해에는 경기도 초중고교 1500개 교실의 청정 환기 장치에 들어갈 IoT 모듈을 공급했다. 완제품으로 차량용 흡연 탐지 솔루션 ‘에어딥카’도 선보였다. 공유차량이나 렌터카 운전자가 차 안에서 흡연하는지 사업자가 실시간 감지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2022년에는 호텔 같은 실내 공간에서 공기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에어딥룸’도 출시했고, 지난해에는 에어딥큐 첫 버전으로 중소기업 우수 브랜드를 인정하는 ‘서울어워드’ 우수제품상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민대에서 경영정보시스템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텍사스주립대 객원 연구원, 서울시립대 빅데이터분석학 전공 객원교수 등을 지냈다. 김 대표는 “제품 개발 역사는 시장 수요를 찾아가며 관련 시장을 넓히는 과정이기도 했다”며 “IoT 플랫폼 기술이 알려지면서 화장실 냄새를 관리하는 회사 의뢰를 받아 악취 관리 솔루션도 개발하는 등 IoT 영역을 계속 넓히고 있다”고 했다.


수원=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