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뉴스1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5.24/뉴스1 ⓒ News1
● 뺑소니 교통사고 5건 중 1건은 음주운전
26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뺑소니 교통사고는 총 6677건 발생했다. 하루 평균 18건씩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5268건(78.9%)만 검거됐고 이 중에서 음주운전 뺑소니는 1077건(20.4%)에 달한다.
이 때문에 뺑소니 사고 수사의 핵심은 운전자의 음주운전 여부를 어떻게 입증하느냐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가 성립하려면 사고 발생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3% 이상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뺑소니를 내고 달아난 용의자를 뒤늦게 붙잡더라도 반나절만 지나면 체내 알코올이 상당 부분 분해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혐의를 입증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은 조사 당시 진술, 술을 마신 장소 안팎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종합해 정확한 음주량을 파악한 뒤, 알코올 분해값 등을 토대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하려고 한다. 하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많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음주 대사체’ 검출 여부를 의뢰해 최대 72시간 전까지 음주했는지 입증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원지법은 2021년 9월 “혈액에서 음주 판단 기준치 이상의 음주 대사체 물질이 검출됐으나, 사고 발생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3% 이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씨 사건에서도 국과수가 김 씨의 소변 검사를 토대로 음주 판단 기준 이상의 음주 대사체가 검출됐다는 소견을 내놨지만 실제 김 씨의 음주운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 음주량 몰라도 정황 증거로 유죄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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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국내와 달리 혈중 알코올 농도를 직접 현장에서 측정하지 않지만 사고 전후의 운전 행태, 운전자의 발음, 냄새, 걸음걸이 등을 종합하고 현장 음주 테스트를 진행해 영상으로 촬영한다. 운전자는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선을 따라 9걸음 걸어갔다가 돌아오기’ ‘한 발을 15cm 이상 들고 30초 이상 버티기’ 등을 수행하며 이를 촬영한 영상은 재판 과정에서 정황 증거로 사용된다.
국내에서도 혈중 알코올 농도와 상관없이 약물 등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는 정황이 충분하면 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올 3월 대전지법은 “술 냄새가 나고 횡설수설했다”는 경찰관 진술 등을 토대로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없다 보니 명확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수사 기법을 다양화해 음주운전을 하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