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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한항공, 에어프레미아와 인터라인 협력 추진

입력 | 2024-05-26 19:52:00

업계 “합병 승인 받기 위한 조치”



ⓒ뉴시스


대한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37개 도시에 대한 항공 협력을 추진한다. 미국 경쟁 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통합 승인을 받기 위한 움직임이다.

26일 에어프레미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인터라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라인은 항공사가 가진 항공 일정의 한계를 보완하려고 다른 항공사의 판매망을 활용하는 형태의 계약이다. 예를 들어 에어프레미아는 인천~LA 노선만 갈 수 있지만, 대한항공과 인터라인 계약을 맺으면 인천~LA를 거쳐 동남아와 일본, 중국 등으로 갈 수 있는 항공권을 팔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동남아와 중국, 일본 등 37개 노선에 대한 인터라인을 체결할 계획이다. 특히 양사는 특별정산계약(SPA)을 맺어서 인터라인을 운영한다. 보통의 인터라인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에 따라 요금 정산을 하지만, SPA는 양사가 따로 정산 협약을 맺는 형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15일에 이미 인터라인 협약을 맺었는데, 홈페이지에서 다른 항공사 표도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하기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이번 협약은 대한항공만 에어프레미아에 노선을 제공할 뿐, 에어프레미아가 대한항공에 제공하는 노선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가 서로의 노선을 공유하는 일반적인 인터라인이 아니기에 특별정산계약을 맺는다는 의미다.

항공업계에서는 양사가 인터라인을 맺는 이유는 미국 경쟁 당국인 미국 법무부(DOJ)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승인을 받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경쟁 제한을 우려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경쟁자가 사라지면 대한항공의 독점력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를 아시아나항공의 대체자로 낙점하고 독점 우려 불식에 나섰다. 한 예로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에 대한항공의 B787-9 항공기 4대를 임대하기로 했다. 에어프레미아가 아시아나항공만큼의 좌석 공급을 할 수 있게 도와서 경쟁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승 수요 문제가 있었다. 동남아와 일본, 중국 등에서 인천을 거쳐 미국에 오가는 수요가 상당했다.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항공기가 5대 뿐이다. 동남아와 일본, 중국 노선이 부족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통합으로 인해 미국을 오가는 소비자 선택과 효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통합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기에, 대한항공이 에어프레미아와 인터라인 협정을 맺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정으로 에어프레미아에 대한 대한항공의 입김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으로부터 비행기도 받고 노선까지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의 경쟁자다. 대한항공이 손해를 보고 경쟁자에게 인터라인 노선을 준다는 건 통합 승인을 받기 위한 임시방편적인 조치로 보인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마무리되면 대한항공도 서서히 발을 뺄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효용이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