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수학경시대회서 도전… 친구와 함께 4개 증명 발견 美 방송 출연해 과정 밝혀 삼각함수-등비수열 이용한… ‘와플 콘 증명법’ 학계 주목
캘시 존슨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환경공학과 학생(왼쪽)과 니카이아 잭슨 미국 제이비어대 약학과 학생. 니카이아 잭슨 제공
미국에서 고등학생 시절 피타고라스 정리의 새로운 증명법을 발견한 대학생 2명이 화제다.
이달 초 미국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에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환경공학과 학생 캘시 존슨, 제이비어대 약대 학생 니카이아 잭슨이 출연해 세인트 메리 아카데미(고등학교) 3학년 때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한 과정을 밝히면서다.
통상 수학자가 도전하는 피타고라스 정리 증명에 10대가 도전한 데다 이례적으로 삼각함수를 활용해 증명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직각삼각형에 관한 성질로 어떤 모양의 직각삼각형이더라도 빗변을 제외한 두 변의 길이의 제곱 합이 빗변의 길이 제곱과 같다는 내용이다.
직각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 사이에 a²+b²=c²인 관계가 성립하는 피타고라스 정리. 게티이미지코리아
두 사람은 2022년 12월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해야 하는 ‘보너스 문제’를 풀며 증명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수학 교사가 둘의 아이디어를 합치면 새로운 증명법이 나올 것이라며 지지했고 연구한 끝에 결국 총 4개의 증명법을 발견했다.
존슨은 “쓰레기통에 문제를 풀던 종이가 매일 가득할 정도로 두 달 동안 자유 시간에는 증명에 몰두했다”고 했다. 식상한 증명법을 내놓지 않기 위해 기존 증명법을 일부러 보지 않기도 했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은 방법은 삼각함수와 등비수열의 합을 이용한 ‘와플 콘 증명법’이다. 이등변삼각형 안에 크기는 다르지만 내각, 변의 비율 등이 같은 닮음인 직각삼각형을 무수히 그려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으로 증명 과정에서 그린 모양이 와플 콘과 닮았다. 이들은 증명법을 미국수학학회에 제출했고 지난해 3월 수학자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었다. 발표가 끝나자 수학자들은 ‘고등학생인데 삼각함수로 증명한 것이 독창적’이라고 칭찬했다.
이들의 발표는 미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라토야 캔트렐 미국 뉴올리언스 시장, 미국 걸스카우트 연맹 등이 두 학생이 자랑스럽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영국 가디언은 ‘과학자들이 뽑은 올해의 10대 과학 뉴스’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들은 “수학 문제는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풀린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한계에 도전하고 헤쳐나갈 방법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와플 콘 증명은 올봄부터 국제학술지에 출판되기 위한 마지막 검토 과정을 거치고 있다.
존슨은 ‘수학 천재’가 아니냐는 질문에 부인하며 “지나친 기대를 받을 것 같아 수학자를 직업으로 꿈꾸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여전히 피타고라스 정리의 새로운 증명법에 도전 중이라고 말했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