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한일, 한중 회담이 열리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오늘 개최된다. 2019년 말 중국 청두에서 8차 회의가 개최된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어제 방한한 리 총리, 기시다 총리와 각각 양자 회담을 열었다. 중국과는 ‘2+2 외교안보대화’를 신설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등 기존 협의를 재개하기로 했고, 일본과는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불필요한 논란이 없도록 잘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 지난 4년여의 공백을 뛰어넘는 구체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그간 동북아 정세의 급격한 변화, 즉 한국·일본과 중국 간 관계가 사실상 최저점에 있는 현실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작된 한일과 중국 간 단절이 북핵의 고도화,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 러시아의 침략전쟁 등 각종 악재와 맞물리면서 역내 안보 환경은 큰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
따라서 이번 회의는 긴 공백기 끝에 재개됐다는 것 자체에, 즉 소통의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할 것이다. 반도체 등 공급망 이슈, 북-러 무기 거래와 북한 비핵화, 대만해협 긴장 같은 굵직한 갈등 현안은 일단 뒤로 미루고 재난 대응 같은 협력 이슈에서 먼저 공통 분모를 찾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의 관행이긴 하다지만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아닌 실권 없는 리 총리가 참석하는 것도 큰 기대를 갖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한중 관계는 현실적으로 미중 관계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그간 한국은 북핵에 맞서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며 미일에 맞춘 중국 견제의 목소리를 냈고, 그 결과 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은 한국으로선 피해야 할 구도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미중 사이에 낀 존재가 아니라 충돌을 완화하고 역내 협력 메커니즘을 만드는 교량 국가로서 한국의 외교력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