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2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2024.5.26/뉴스1
●전공의 “사직서 수리해달라”, 정부 “검토 안해”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요구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병원 이탈 후 생활고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은 종합병원이나 동네 의원 등 타 의료기관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내과 전공의는 “차라리 빨리 사직 처리를 해주면 다른 곳에서 일이라도 할 텐데, 의료공백이 크다면서 다른 의료기관 근무까지 막는 정부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공의 해외 유출을 막겠다는 정부 의지도 완고해 해외 수련이나 취업이 여의찮은 상황이다. 전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집단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력이 있는 의사들까지 추천해서 박사 후 과정을 밟는 것이 맞는지 검토를 해봐야 한다”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에도 “전공의가 행정처분을 받게 되면 이력이 남아 복지부 추천서 발급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 총파업 대신 촛불집회 예고한 의협
의사단체들은 뚜렷한 대정부 투쟁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애초 임현택 회장 취임 후 대한의사협회가 개원의 중심의 총파업에 나서는 등 강경 투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휴진으로 인한 개원가의 수익 감소 등을 고려하면 동참률이 저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신 의협은 30일 오후 9시 전국 곳곳에서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를 열고 국민에게 “의료 붕괴를 막아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콜센터를 통해 국민 질의를 받아 답변하는 형태로 국민과 소통하는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의대 증원의 부작용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증원의 부당함을 알리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는 의대 증원을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전 실장은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한 단계 도약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전공의에게 과도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비정상적인 의료 공급과 이용 체계를 정상화해 환자 중심 의료체계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