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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증원 확정에도 총파업 접어…전공의 일부 “일하게 해달라”

입력 | 2024-05-27 16:16:00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2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2024.5.26/뉴스1

내년도 의대 정원 1509명 증원이 확정됐지만 의정(醫政)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공개 사직과 주 1회 휴진으로 정부를 압박했던 의대 교수들은 더 이상의 투쟁 전략을 찾지 못한 채 상당수가 병원에서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은 병원 취업이나 해외 수련 등을 모색 중이지만 정부는 수련병원 복귀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기존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전공의 “사직서 수리해달라”, 정부 “검토 안해”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요구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병원 이탈 후 생활고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은 종합병원이나 동네 의원 등 타 의료기관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내과 전공의는 “차라리 빨리 사직 처리를 해주면 다른 곳에서 일이라도 할 텐데, 의료공백이 크다면서 다른 의료기관 근무까지 막는 정부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해외 수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미국 등 해외 의료기관에서 근무 중인 일부 의사들은 현지 의료기관 취업 및 수련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 교환방문비자(J1)로 해외 의료기관에서 연구 경험을 쌓고, 기회가 되면 미국 의사면허까지 딸 수 있으니 진로를 넓게 고민해보라는 제안이다. 서울 대학병원의 필수의료 전공의는 “필수의료 대우를 생각하면 꼭 한국에 남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동기들끼리도 정보 공유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공의 해외 유출을 막겠다는 정부 의지도 완고해 해외 수련이나 취업이 여의찮은 상황이다. 전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집단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력이 있는 의사들까지 추천해서 박사 후 과정을 밟는 것이 맞는지 검토를 해봐야 한다”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에도 “전공의가 행정처분을 받게 되면 이력이 남아 복지부 추천서 발급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 총파업 대신 촛불집회 예고한 의협

의사단체들은 뚜렷한 대정부 투쟁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애초 임현택 회장 취임 후 대한의사협회가 개원의 중심의 총파업에 나서는 등 강경 투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휴진으로 인한 개원가의 수익 감소 등을 고려하면 동참률이 저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신 의협은 30일 오후 9시 전국 곳곳에서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를 열고 국민에게 “의료 붕괴를 막아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콜센터를 통해 국민 질의를 받아 답변하는 형태로 국민과 소통하는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의대 증원의 부작용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증원의 부당함을 알리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심리 중인 대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증원된 대학들이 입시요강 발표를 중지해달라고 촉구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법부는 정부에 ‘행정절차를 중지하고 대법원 재판에 즉시 협조하라’는 소송 지휘권을 발동해달라“고 촉구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대법원에서 권위 있는 결정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이 결정에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의대 증원을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전 실장은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한 단계 도약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전공의에게 과도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비정상적인 의료 공급과 이용 체계를 정상화해 환자 중심 의료체계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