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부실채권 관리업체 A 사의 회생절차 관리인이 투자자 B 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B 씨는 2018년 6월 A 사에 3000만 원을 투자한 뒤 2019년 7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합쳐 3580만 원을 돌려받았다. 이후 A 사를 운영한 부부가 경기 포천 일대에서 부동산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A 사는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관리인은 2022년 9월 “현행법이 유사수신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기반한 투자계약도 무효”라며 B 씨를 상대로 원금과 법정이자 등을 제외한 429만 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부부는 올 3월 징역 25년과 징역 20년이 각각 확정됐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법 제3조는 불법행위를 처벌하고 그 효력까지 무효로 하는 효력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라며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법상 효력을 가진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유사수신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사정 때문에 체결된 계약의 효력이 당연히 부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소액 사건(소송가액 3000만 원 이하인 사건)에 하급심과 대법원이 판결 이유를 이렇게 상세히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대법원이 법령 해석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하면 국민 생활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사수신 관련 피해가 증가하는 가운데 관련법 규정에 대한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자 대법원이 명시적 기준을 제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