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장관이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2024.5.27/뉴스1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실제 감정가와 경·공매 낙찰가 차익을 피해자 주거비 지원에 쓰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피해 주택은 유찰이 반복돼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 정책이다. 피해자는 이를 통해 추가 임대료 없이 10년간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 있게 된다. 계약이 끝날 때는 경매차익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구제 후회수’를 핵심으로 하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28일 본회의 통과를 예고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꺼내든 피해자 구제책이다.
27일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야당이 본회의에 상정할 개정안은 공공이 재정으로 피해자의 보증금을 우선 구제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안의 핵심은 이와 달리 경매를 우선 진행하고, 이때 발생하는 감정가와 낙찰가 간 차익을 피해자 지원에 쓰는 것이다. 기존에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넘기면 LH는 피해자 대신 피해주택 경·공매에 참여할 수 있다. LH가 피해 주택을 낙찰받으면 해당 주택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되고, 피해자는 피해 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다.
이때 임대차 계약 기간은 10년으로, 10년 계약이 끝난 시점에 무주택자일 경우 추가 10년을 더 거주할 수도 있다. 이때는 시세에서 50~70% 할인된 수준에서 살 수 있다. 다가구 주택의 경우 경매차익 배분은 피해액 비율대로 지원된다. 피해 보증금과 경매가 끝난 뒤 실제로 돌려받지 못한 손해액 간의 차이가 클수록 더 많이 지원 받는다. 세입자가 여러 명인 다가구 주택은 경매를 진행해도 선순위 세입자만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게 돼 후순위 세입자들이 경매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차익 배분 방식을 택하면 후순위 세입자도 보증금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LH 매입 대상에서 제외했던 위반건축물, 신탁사기 주택도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 위반건축물에 부과되는 이행강제금도 안전에 문제가 없는 한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수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임대차 계약 종료 전에도 임차권등기 없이 기존 전세대출의 저리 대환 신청이 가능하도록 한다. 현재는 계약 종료 한달 뒤에 임차권등기를 해야 대환 신청이 가능하다. 보금자리론 지원 대상에 주거용 오피스텔도 추가한다.
국토부는 이날 야당의 전세사기특별법은 현실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야당 주도 특별법은 경·공매 전에 제3의 기관을 통해 피해 주택의 가치를 산정해 재정으로 피해금을 일부 주겠다는 건데, 어떤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할 것인지, 피해금의 몇 %를 돌려줄 지 등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이대로 법안이 시행되면 공정성 시비 등 오히려 더 큰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안은 대신 경공매 절차를 통해 피해 주택 가치가 산정되면 이때 피해 주택의 실제 가치와 낙찰가 간의 차익을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LH를 통해 재정이 투입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경공매 절차를 거친다는 점, 그리고 주택도시기금이 아닌 LH의 매입임대주택 예산이 투입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