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전 건강에 전혀 문제 없어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뉴시스
육군 훈련병 A 씨(21)가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던 중 쓰러져 이틀 만인 25일 숨진 가운데, 해당 부대 중대장 등 간부가 규정에 없는 군기훈련을 시킨 정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완전 군장 상태에서 규정에 없는 구보(뜀걸음)와 팔굽혀펴기를 시켰다는 것. A 씨는 입대 전 건강상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규정을 어긴 훈련을 시킨 정황이 드러난 만큼 군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육군은 26일 훈련병의 순직을 결정했고, 일병 계급을 추서했다.
● 육군 규정엔 “완전군장 땐 보행”
2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23일 오후 강원 인제의 한 부대 신병교육대에서 완전 군장 상태로 보행(걷기)하다 구보하고 뒤이어 팔굽혀펴기를 한 뒤 다시 구보하는 절차로 진행되는 군기 훈련을 받았다. A 씨와 동료 훈련병 5명 등 총 6명은 부대 내 연병장을 돌며 이 같은 훈련을 받았는데 A 씨는 팔굽혀펴기 후 다시 구보하던 중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쓰러진 당일 연병장 상황이 촬영된 CCTV에는 A 씨가 완전 군장한 상태로 구보나 팔굽혀펴기를 하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다른 훈련병 중 “훈련이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취지의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부대 중대장은 군기 훈련이 실시되던 중 현장에 와 훈련을 지켜봤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응급 후송 등 A 씨가 쓰러진 이후 현장 조치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훈련 과정에서의 문제가 사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일단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육군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기자단을 만난 자리에서 “군기 훈련이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규정 위반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민간 경찰과 함께 조사를 통해 명확하게 (사건 경위를) 확인을 해야 한다”고만 했다.
● “입대 전 특별한 지병 없어”
A 씨는 입대 전 특별한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군 소식통은 “입대 전 건강 소견에 특이사항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연병장을 돌던 도중 한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안 좋아 보이자 같이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들이 현장에 있던 집행간부에게 이를 보고했는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집행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누가 무리한 얼차려를 부여하도록 명령하고 집행을 감독했는지 엄중히 수사해야 한다”며 “훈련병의 상태를 인지하고도 ‘꾀병’ 취급했을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을 막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전역한 예비역 병장 손모 씨(24)는 “강원도 소재의 한 신병교육대를 나왔는데 훈련병들이 장난친다는 이유로 1시간 넘게 연병장 구보와 팔굽혀펴기 등 얼차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예비역 병장 김모 씨(22)도 “‘눈빛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20분 넘게 스쿼트, 팔굽혀펴기 등 ‘얼차려’를 받았다”며 “준비 운동 과정도 없이 무리하게 시켰다”고 주장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