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최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서 핵심 전략산업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부터 중국산 전기차의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100%로, 2차전지는 현행 7.5%에서 25%로 상향한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0∼7.5%에서 25%로 올리고, 반도체도 내년까지 현행 25%에서 50%로 인상할 계획이다. 올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략산업에서 중국에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이다. 특히 미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 주의 철강 노동자 표심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모두 ‘중국 때리기’에 집중하면서 2차 무역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가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먼저 관세 인상의 대상 규모가 약 180억 달러(약 24조6000억 원)로 지난해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의 미국 수출의 3.6%에 불과하다. 대체로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도 낮은 편이다. 크레인 8.7%, 반도체 1.7%, 철강 1.1%, 전기차 1.1%, 태양광셀 0.2% 등으로 한 자릿수에 머문다. 미국에서도 이들 품목의 중국에 대한 수입 비중이 적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미 정부가 선별적 관세 인상을 단행한 이유다.
다만 2차전지에 대한 관세 인상은 중국에 타격이 클 것으로 에상된다. 지난해 기준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20.9%로 유럽연합(EU·36.0%) 다음으로 많다. BYD, CATL 등 중국의 전기차 및 2차전지 업체들은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설립해 우회적으로 미국에 수출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 정부가 멕시코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결국 중국 업체들은 EU와 아세안 진출을 우선하는 전략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중국 현지에서는 이번 관세 인상 조치가 미 대선 캠페인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이 관세 인상을 발표한 직후 중국의 대표 벤치마크 지수인 CSI300지수의 하락률은 0.8%에 그쳤다. 전기차 및 2차전지, 반도체, 철강 등 관련 섹터도 약세를 보였으나 낙폭은 크지 않았다. 경제적 손실이 크지 않고 미국의 대중국 규제에도 어느 정도 면역력이 형성된 까닭이다. 하지만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초당적 ‘중국 때리기’는 지속될 공산이 커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