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북한이 어젯밤 군사정찰위성을 실은 장거리로켓을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북한은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날 새벽에 위성 발사 계획을 일본 측에 통보한 지 하루도 안 돼 발사를 감행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3국 정상회의에서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반면 리창 중국 총리는 직접적 언급을 피하며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 악화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위성 발사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4년 5개월 만에 다시 열리는 날에 맞춰 3국 협력 프로세스의 복원을 훼방 놓겠다는 명백한 도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자신의 뒷배로 여기는 중국의 의표를 찌르며 한일과의 틈새를 만들어 갈라치기 하겠다는 대담한 배짱까지 보였다. 그런데도 북한의 도발을 감싸는 중국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간에도 북한 핵·미사일 도발 때마다 한일과 중국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냈지만, 어제는 한중일 정상이 나란히 한자리에 서서 분명한 인식 차이를 드러내는 장면이 연출됐다. 북한으로선 3국 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며 한반도 정세를 다시 긴장시키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 같은 ‘한일 대 중국’ 대립 구도는 정상회의 뒤 채택된 공동성명에서도 나타났다. 성명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고 했다. 그간 3국 회의 때마다 지지를 표명했던 ‘한반도 비핵화’마저 이번에는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각자 주장을 되풀이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공동성명이 당면 안보 현안을 배제하거나 뒷순위로 미룬 맥 빠진 성명이 된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