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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 세계 2위 오른 中… 한국 4기 지을 때 11기 완공

입력 | 2024-05-28 03:00:00

56기로 佛과 같지만 연내 추월할듯
원전 수출 ‘큰손’ 떠오를 가능성 커
동남아 등 신흥국서 韓과 경쟁 예상
“한국, 부품기술력 앞세워 공략해야”




‘원전 굴기(崛起)’를 외치며 공격적으로 원자력발전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가동 원전 수에서 프랑스와 함께 세계 2위에 올랐다. 중국이 전력 공급과 탈(脫)탄소 정책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확대한 데 따른 결과다. 중국이 차세대 원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나서면서 머지않아 세계 원전 건설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5년 새 원전 11기 지은 중국

2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중국의 56번째 원전인 ‘팡청강 4호’가 지난달 9일 광시좡(廣西壯)족자치구 팡청강(防城港)시에 완공되며 중국은 가동 원전 수 기준으로 프랑스와 공동으로 세계 2위 원전 운영 국가가 됐다. 중국은 올해 안에 원전 3기가 추가로 완공될 예정인 반면 프랑스는 올해 1기만 건설돼 조만간 중국은 단독 2위에 올라설 것이 확실시된다. 가동 원전 수 1위는 미국(94기)이고, 4위는 러시아(36기), 5위는 한국(26기)이다.

중국은 2000∼2010년대 정부 주도하에 적극적으로 원전 건설에 나섰다. 2010년까지 중국은 가동 원전이 10기에 그쳐 한국(21기)에 크게 못 미쳤지만 2015년 한 해에만 원전 8기를 신규 가동하며 총 30기로 한국(24기)을 추월했다. 최근 5년간 한국에서 원전 4기가 새로 지어지는 동안 중국은 11기를 완공하면서 격차는 더 벌어졌다.

중국은 원전 기술력 면에서도 빠르게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중국이 짓고 있는 원전 25기 중 상당수는 최신 기술이 도입된 3세대 원전이다. 특히 22일 준공돼 시험가동에 돌입한 ‘링룽 1호’는 2026년 정식 운영을 앞둔 세계 최초 상업용 소형모듈원전(SMR)이다. 차세대 원전인 SMR은 크기가 작고 공장에서 양산이 가능해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SMR뿐만 아니라 가압경수로, 가스냉각로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신형 원자로에 투자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빠른 투자 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중국 원전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 “동남아-아프리카서 중국 원전 수주 확대 가능성”

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으로 동남아,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 한국과 원전 수주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은 아직 중국 원전의 안전성을 신뢰하지 않고 있어 가능성이 낮지만 자금 지원이 필요한 신흥국의 경우 중국 원전 수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원전 수입과 함께 자금 지원을 받고자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중국 원전 수입에) 적극적일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이 원전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정익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 부문에 집중해 역량을 갖췄던 것처럼 원전 생태계에서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SMR 등 차세대 원전 생태계에서 선진국이 설계한 노형의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은 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