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최남단 도시 라파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26일 라파 서부의 탈알술탄 피란민촌을 공격한 것을 두고 팔레스타인 측은 “인도주의 구역을 공격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어겼다”며 분노했다. 이슬람권을 향해 대(對)이스라엘 봉기 또한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같은 날 먼저 로켓 공격을 했고 하마스 간부 소탕이 필요했다”고 맞섰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라파 일대에서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는 물론 헤르츨리야, 크라파샤리야후, 라마트하샤론, 페타티크바 등 중북부 주요 도시로 최소 8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텔아비브에 대한 하마스의 로켓 발사는 지난해 12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이 여파로 곳곳에서 미사일 경보가 울렸고 ‘아이언돔’ 방공망 체계가 작동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일부 로켓을 요격했고, 인명 피해가 부상자 1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몇 시간 후 라파를 향해 보복 공격에 나섰고 최소 45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숨졌다. 특히 탈알술탄 피란민촌에 모여 있던 여성, 어린이 등이 대거 희생됐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테러리스트들이 활동 중이던 라파의 하마스 시설을 타격했다”면서 정당한 군사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공격으로 하마스에서 자금 관리를 맡았던 고위 간부 야신 라비아, 칼레드 나자르를 사살했다고도 발표했다. 다만 “이 공격으로 인한 화재로 해당 지역 민간인 여러 명이 피해를 봤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군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마스가 추가 보복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 양측 간 교전이 다시 격화되는 분위기다. 하마스는 “범죄자 점령군이 피란민 텐트에 저지른 학살에 분노한다”며 “요르단강 서안지구 및 예루살렘 주민은 물론 해외의 우리 국민도 봉기하라”고 촉구했다. 양측이 28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하려던 휴전협상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억류 중인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을 풀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