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질투-허영 가득할 법한 19세기 英 사교계… 여자들 우정과 화합으로 이끄는 연출 눈길

입력 | 2024-05-28 03:00:00

[선넘는 콘텐츠] 〈8〉 ‘브리저튼 시즌3’ 원작 비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 3’에서 퍼넬러피 페더링턴(니컬라 코클런·왼쪽)과 엘로이즈 브리저튼(클로디아 제시)은 사교계에서 우정을 나눈다. 넷플릭스 제공


“네가 찾는 게 남편감이라면 내가 도와줄게. 나랑 수업하자. 넌 분명 금방 터득할 거야.”

19세기 영국 런던 사교계. 브리저튼 가문의 셋째 아들 콜린 브리저튼(루크 뉴턴)은 오랜 친구인 페더링턴 가문의 셋째 딸 퍼넬러피 페더링턴(니컬라 코클런)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짝을 찾아 사교계에 데뷔했으나 남자에게 인기 없는 퍼넬러피에게 이른바 ‘연애 수업’을 해주겠다는 것.

퍼넬러피는 콜린에게 교양 있게 부채질하고 눈웃음을 짓는 방법을 배운다. 촌스러운 옷 대신 화려한 드레스를 맞춰 입은 덕에 조금씩 남자의 관심을 얻는다. 하지만 퍼넬러피는 어릴 적부터 콜린을 짝사랑하고 있다. 과연 두 사람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1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 3’은 원작 소설인 ‘브리저튼: 마지막 춤은 콜린과 함께’(신영미디어·사진)에 없던 ‘연애 수업’을 새로운 장치로 활용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콜린이 퍼넬러피의 연애를 돕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 미묘한 감정이 생겨나는 점을 섬세하게 다룬 것. 드라마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브리저튼 시리즈는 19세기 영국 런던 브리저튼 가문 8남매 이야기를 담은 시대극이다. 원작과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퍼넬러피의 체중 변화다. 원작에서 퍼넬러피가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건 외모 때문으로 묘사된다. 원작에선 다이어트에 열중하지만 다른 여성에 비해 밀리는 외모를 “(다른 여성보다) 몸무게가 10kg은 족히 더 나갔다” “(다이어트 후) 자기 눈으로 봐도 ‘끔찍하게 피둥피둥하다’에서 ‘보기 좋게 토실토실하다’로 한 단계 올라섰다”고 표현한다.

반면 드라마에서 퍼넬러피는 통통한 몸매를 지녔지만 다이어트에 열중하지 않는다. 대신 사교계에 걸맞은 대화 방법을 배우고 화장이나 의상에 변화를 꾀한다. 드라마의 총괄 제작자 제스 브라우넬은 “퍼넬러피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겉으로 보이는 외모보다 자신감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노처녀’ 퍼넬러피의 나이가 바뀐 것도 주목할 점이다. 퍼넬러피의 나이는 원작에선 28세이지만, 드라마에선 19세로 설정됐다. 17세에 사교계에 데뷔했지만 11년 동안 시집가지 못했던 원작의 설정보다 설득력 있다.

퍼넬러피가 사교계에 떠도는 소문을 모은 소식지 ‘레이디 휘슬다운’의 제작자란 사실이 드러나는 시점도 차이가 있다. 원작에선 ‘레이디 휘슬다운’의 정체는 숨겨져 있다. 반면 드라마에선 콜린이 퍼넬러피의 정체를 밝혀내기 직전으로 묘사돼 극적인 긴장감을 불러온다. 펜 하나로 귀족과 왕실까지 쥐락펴락하는 ‘레이디 휘슬다운’의 정체가 사실 수줍음 많은 소녀란 사실은 결혼에만 목매야 했던 당시 영국 여성들의 욕망을 드러낸 장치다.

사교계에서 서로를 질투하고 비난하는 여성들이 화합하는 과정을 ‘우정’ 서사로 보여주려고 한 점도 드라마의 특징이다. 드라마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는 넷플릭스와의 인터뷰에서 “남자보다 서로에게 훨씬 더 큰 힘이 되는 여성들의 완전한 우정을 보여주려 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