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무대 올린 신춘수 흥행 기준인 주당 매출 100만 달러 한국인 리드프로듀서로 최초 돌파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한국인 최초로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한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결국 몰락을 맞는 개츠비의 인생을 통해 절정 이후의 상실감, 허황된 아메리칸드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은 주인공 개츠비 역을 맡은 제러미 조던이 넘버 ‘패스트 이즈 캐칭 업 투 미’를 부르고 있는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00만 달러 클럽’(주당 매출 100만 달러 이상)에 입성한 K뮤지컬이 처음 등장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데스노트’ 등을 만든 국내 공연 제작사 오디컴퍼니(대표 신춘수·사진)의 글로벌 신작 ‘위대한 개츠비’가 바로 그 주인공. 신 대표는 작품에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25일 정식 개막한 ‘위대한 개츠비’는 최근 3주 연속 주간 매출액 100만 달러를 넘겼다. 개막 첫 주 105만 달러였던 주간 매출액은 셋째 주(13∼19일)엔 128만 달러까지 오르며 상승세다. 특히 ‘위대한 개츠비’가 상영 중인 브로드웨이 시어터는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 등 대작이 거쳐 간 극장으로, 브로드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약 1700석)다. 이 큰 극장에서 매회 좌석 점유율 90%대를 유지할 정도로 관객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브로드웨이는 주간 매출액이 100만 달러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작품성과는 별개로 작품을 무대에서 가차 없이 끌어내리는 냉정한 곳이다. 이런 경쟁 무대에서 ‘위대한 개츠비’는 당초 11월 공연까지 판매 예정이던 티켓 판매를 내년 봄까지 연장키로 했다. ‘롱런 가능성’을 보이는 셈이다.
공연을 안착시키고 한국에 돌아온 신 대표는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100만 달러 클럽은 브로드웨이 성공의 상징이기에 소식을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며 “숙소에서 홀로 센트럴파크를 내다보는데 ‘드디어 이 도시가 나를 안아주는구나, 내가 가는 외로운 길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어 위안이 됐다”고 했다.
사실 그는 공연계의 ‘돈키호테’로 불렸다. 앞서 프로듀서로 브로웨이에 3번 도전했으나 거푸 쓴잔을 마신 것. 2009년 뮤지컬 ‘드림걸즈’ 미국 전국 투어에 이어 2014년 ‘홀러 이프 야 히어 미’, 2015년 ‘닥터 지바고’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으나 흥행엔 참패했고, 한 달여 만에 공연을 접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가 ‘위대한 개츠비’로 3전 4기의 모습을 보여준 것. 한국인 제작자로서는 브로드웨이 사상 처음으로 ‘단독 리드 프로듀서’도 맡았다.
그는 좋은 현지 반응에 대해 “개츠비의 ‘위대한 파티’가 결국 ‘위대한 비극’임을 나타내는 콘셉트가 강렬함을 줬다고 본다”며 “다른 브로드웨이 작품과 비교해 폭풍처럼 몰아붙이는 속도감도 현지 젊은층 취향에 잘 맞은 듯하다”고 했다. 이를 반영한 환상적 무대와 화려한 의상은 공연의 볼거리. 작품은 다음 달 개최되는 제77회 토니상에서 최우수 의상디자인 부문 후보로 올라 있다.
신 대표는 “미국 작품을 외부인으로서 바라봤기에 더욱 창의적이고 열린 시선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고 했다. 현재 ‘위대한 개츠비’는 호주, 영국, 중국 등 제작사로부터 적극적인 라이선스 공연 제안을 받고 있다. 국내에는 늦어도 2026년 초까지 ‘위대한 개츠비’를 선보인다는 계획. 작품은 한국 관객의 취향과 눈높이에 맞춰 다듬을 예정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