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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소송 절차 줄고 전문성 강화… 신속 구제는 어려울 수도

입력 | 2024-05-28 03:00:00

윤 대통령, 최근 신설 추진 시사
현행 노동위 거친 후 소송과 달리… 분쟁 절차 5심제서 3심제로 줄고
노동 전문 법관이 사건 맡아 판결… 실제 소송까지 번지는 건 드물어
분쟁 해결 오히려 지연될 수 있어




‘노동법원’ 신설 효과와 부작용은


“우리 사회도 이제 노동법원의 설치가 필요한 단계가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노동법원 신설을 언급했다. 노동법원은 행정법원, 가정법원처럼 노동 관련 법을 다루는 전문법원을 말한다. 윤 대통령은 “노동법 위반 사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노동 형법에 기반해 민사상 피해를 입었을 때 원트랙으로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법무부 등 관련 부처에 “임기 중에 노동법원 설치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오랫동안 노동법원 설립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노동계는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동법원이 설립되면 오히려 소송 시간과 비용 부담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법원이 생기면 무엇이 달라지고,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예상되는지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노동법원이 왜 필요한가.

A. 현재 노동 관련 분쟁 해결 절차가 복잡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먼저 독립적인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에서 조정이나 심판을 거치는데, 당사자가 불복하면 소송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 순서대로 사실상 5심제로 운영된다는 불만이 나온다. 여기에 피해 보상을 위한 민사소송은 별도로 진행된다. 노동법원이 생기면 3심제로 끝낼 수 있고, 민사까지 같이 다룰 수 있어 신속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노동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관이 사건을 맡아 판결의 전문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Q.재판관은 누가 맡게 될까.


A. 재판부 구성을 어떻게 할지는 향후 논의해야 할 쟁점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른 법원과 마찬가지로 직업 법관이 주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노사 대표를 참심관으로 참여시킬 것인지다. 참심관이 재판에 참여하는 방식은 이들에게 최종 합의 과정에서 의결권을 부여하거나, 배심원처럼 의견만 제시하게 하는 등 다양하게 검토할 수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최근 논평을 통해 ‘노동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노사 대표가 재판에 참여하는 참심형 노동법원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Q. 그동안은 설립 논의가 없었나.

A. 오래전부터 노동법원의 필요성은 제기됐다. 1989년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경제백서’를 통해 노동법원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고, 2004년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노동법원 설치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다룬 적도 있다. 국회에서 노동법원 설립 법안도 여러 차례 발의됐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될 처지다. 노동법원 설립 비용이 막대하고, 노사 참여 여부 등 해결해야 할 쟁점이 많아 그동안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Q. 해외에는 노동법원을 따로 두는 사례가 있나.


독일 튀링겐주 에르푸르트에 있는 독일 연방노동법원. 1954년 4월 설립된 이곳은 독일의 최고 법원 5개 중 한 곳으로 노동 분야 사건의 최종심 법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독일 연방노동법원 홈페이지 

A. 독일과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사법정책연구원에서 2019년 펴낸 ‘노동쟁송절차의 개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노동법원이 1심만 담당하고, 일반법원에서 항소심과 상고심을 맡는다. 반면 독일에서는 1, 2, 3심을 모두 노동법원이 전담한다. 재판부 구성도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노사 대표만으로 노동법원 재판부를 구성한다. 독일은 직업 법관과 노사 대표가 함께하는 참심제 형태로 재판부를 구성하고 있다.

Q. 분쟁 해결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A. 현재 노동위원회를 통해서도 대부분의 분쟁이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중앙노동위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위 판정 사건 중 3.4%만이 소송으로 이어졌다. 나머지 96.6%는 노동위에서 종결됐다. 실제로 소송까지 가는 사건이 많지 않으니 오히려 지금 제도가 신속한 구제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노동법원이 생긴다면 노동위와 기능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따라서 노동법원을 설립하기 전에 장단점을 잘 따져보고, 구제 절차가 더 까다로워지는 부작용이 없도록 관할 범위 등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