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안보리 결의 위반” 규탄
북한이 27일 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했으나 로켓의 공중 폭발로 실패했다. 사진은 이날 서북도서지역의 우리 경비함정의 감시장비로 촬영한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 폭발 실시간 영상 캡처. (합참 제공) 2024.5.28
북한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당일인 27일 심야에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했다. 앞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직전인 이날 새벽 정찰위성 발사를 기습 예고한 데 이어 야간에 발사 단추까지 누른 것. 하지만 동창리에서 발사된 이 발사체는 발사 직후 공중에서 폭발하는 장면이 한미 정보 자산 등에 포착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군은 오후 10시 44분경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서해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 ‘북한 주장 군사정찰위성’으로 추정되는 항적 1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발사체는 10시 46분경 북한 측 해상에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됐다. 한미 정보당국은 정상적인 비행 여부를 세부 분석 중이다”고 했다.
합참 제공
앞서 북한은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몇 시간 전인 이날 새벽 일본 해상보안청을 통해 국제해사기구(IMO)에 ‘27일 0시∼6월 4일 0시’ 사이에 정찰위성을 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이 예고한 해상 위험구역(추진체 낙하 구역) 3곳은 서해와 필리핀 동쪽 해상 등으로 1∼3차 발사 때와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예고한 소위 위성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정면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북한이 발사를 감행한다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했다. 반면 리창 중국 총리는 정상회의와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찰위성 발사를 거론하지 않았다.
한편 군은 이날 오후 F-35A 스텔스 등 전투기 20여 대를 동원해 공격 편대군 비행·타격 훈련을 실시하며 북한에 경고장을 날렸다.
北 정찰위성, 발사 2분뒤 폭발… 한중일 협력 흔들려다 실패
[한중일 정상회의] 北, 6개월만에 정찰위성 도발
한중일 회의전 통보… 中 리창 침묵
이전 발사때처럼 예고 첫날에 쏴
1단 추진체 분리 전후 폭발한 듯… 러 기술진 지원 받고도 성공 못해
한중일 회의전 통보… 中 리창 침묵
이전 발사때처럼 예고 첫날에 쏴
1단 추진체 분리 전후 폭발한 듯… 러 기술진 지원 받고도 성공 못해
日방송에 포착된 北미사일 북한이 27일 오후 10시 44분경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실은 발사체가 폭파되는 모습을 일본 NHK가 공개했다. NHK는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의 발사체가 레이더에서 사라진 것을 볼 때 실패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NHK 화면 캡처
북한이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1호기(만리경-1호)를 지구 궤도에 쏴 올린 지 6개월 만인 27일 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것은 지난해 1차(5월), 2차 발사(8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러시아의 전폭적 지원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예고한 연내 정찰위성 3기 배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한중일 정상회의 당일인 27일 새벽 발사를 기습 예고한 데 이어 같은 날 야간에 발사까지 강행해 한중일 협력을 겨냥했다. 하지만 위성 발사체가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해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한미 정보자산에 포착됐다. 북한이 이날 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한 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중국에 불만 메시지를 표출한 것으로도 보인다.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출국한 이후 발사 단추를 누른 것은 북-중 관계를 고려해 수위 조절을 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해 산산조각”
하지만 27일 오후 10시 44분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된 위성 발사체는 2, 3분여 뒤 공중 폭발해 산산조각이 났다. 일본 언론 등은 비행 중 커다란 불꽃을 내는 모습이 포착된 동영상을 보도했다. 군 소식통은 “정황상 1단 추진체 분리 전후에 이상이 발생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초 군은 한미 정보당국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북한이 4월 중 정찰위성 2호기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실제 발사는 그로부터 한 달이 더 걸렸다. 그 배경으로 방북 중인 러시아 기술진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미비점 보완 등 ‘러시아 스탠더드’가 적용됐을 가능성에 한미 당국은 주목했다.
군 소식통은 “러시아 기술진 조언에 따라 엔진 연소시험을 더 많이 하고, 과거 발사의 비행 데이터 정보를 토대로 엔진 성능에 만전을 기했는데도 발사에 실패한 것은 추진체 등에서 구조적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 “한중일 협력에 균열 의도”
북한이 27일 오후 10시 44분경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실은 발사체가 폭파되는 모습을 일본 NHK가 공개했다. NHK는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의 발사체가 레이더에서 사라진 것을 볼 때 실패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NHK 화면 캡처
전문가들은 “한중일 협력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로 봤다. 정찰위성 발사는 한미일이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도발 중 하나다. 이에 이 카드를 한중일 정상회의에 던지면 한일과 중국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낼 가능성이 클 것이라 북한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북한 위성 발사 통보를 겨냥해 강한 규탄 메시지를 냈지만, 리 총리만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어렵게 이뤄진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재를 뿌리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은 당장 북한 도발을 직접 비판하지 않았다”며 “한중일이 합심해 북한에 각을 세우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북한이 한중일에 ‘우리도 카드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라며 “특히 한중이 ‘2+2’ 국방·외교 고위급 회담까지 연다고 하니 ‘뭘 자꾸 왔다 갔다 하느냐’는 다목적 메시지도 북한이 던진 것”이라고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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