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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성장을 위한 첫발… 아프리카와 전략적 협력 강화

입력 | 2024-05-29 03:00:00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내달 4, 5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자원-노동력 풍부한 아프리카
“2050년 세계 인구의 25% 차지”
윤 정부 출범 이후 최대 다자 회의
IT-친환경-농업 등 7대 협력 분야




김홍균 외교부 1차관(앞줄 가운데)이 올해 2월 28일 총 47개국 인사로 구성된 주한아프리카대사단과 첫 상견례를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다음달 4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개최된다. 외교부 제공

이달 초 아프리카 세네갈에 있는 잠나죠 기술전문학교. 세네갈 학생 수십 명이 실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학생들이 학교 안의 창업 지원센터에서 창업 상담을 받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곳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940만 달러(약 128억 원)를 들여 현지에 세운 직업기술 학교다. 학교 밖 거리를 오가는 사람의 10명 중 6명은 10대부터 30대까지로 보이는 젊은 청년들이었다. 휴대전화를 든 청년들은 전화를 주고받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거리를 오갔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초청을 위해 정부 대표단이 이달 초 세네갈을 찾았을 때 풍경이다. 낙후된 대륙이라는 세간의 편견과 달리 아프리카 국가들이 풍부한 광물 자원과 청년 노동력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올 6월 4일부터 이틀에 걸쳐 개최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지구촌 최대 자원의 보고이자 떠오르는 소비시장인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외교 접촉 면적을 확대하는 신호탄이다. 한국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 아프리카 정상만을 초청해 회의를 갖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최대 규모 국제 행사인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 공급망 협력을 이어갈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물 자원 30% 이상 매장된 자원의 보고”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올해 2월 28일 총 47개국 인사로 구성된 주한아프리카대사단과 첫 상견례 겸 협의회를 갖고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준비 현황 및 향후 추진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전 세계 광물 자원의 30% 이상이 묻혀 있는 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는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한국에는 놓칠 수 없는 핵심 파트너다. 아프리카 대륙은 ‘하얀 석유’라고 불리는 배터리 주원료 리튬(백금) 매장량이 전 세계 89% 수준에 이른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구성하는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에 세계 매장량의 48.2%가 묻혀 있고, 망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전 세계의 37.6%가 있다.

배터리 부품 원료의 60∼90%가량을 중국산 수입에 의존 중인 한국은 중국이 핵심 광물의 수출을 제한하는 ‘자원 무기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이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통과시킨 뒤 2025년부터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사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으로서는 대체 공급처 확보가 절실해졌다.

인구 60%가 만 25세 이하 청년인 ‘젊은 대륙’ 아프리카는 초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에 부딪힌 한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반자다. 지난해 아프리카의 중위연령은 18.8세로 한국의 46.1세보다 훨씬 낮다. 출산율이 높고 청년인구가 많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1950년 전 세계 인구의 8%에 불과했던 아프리카인은 2050년 25%까지 늘어나게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프리카가 인도와 중국을 제치고 세계 노동력의 주요 공급원이 되는 것이고 지구촌에 또 다른 대규모 시장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를 출범시키면서 총생산 3조 달러(약 4089조 원) 규모 시장을 결성했다.



“IT, 친환경, 보건 등 7대 분야서 협력 확대”

아프리카의 전략적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본 중국이나 일본 같은 이웃 나라들은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체를 구성하고 접촉을 이어왔다. 후발 주자인 우리 정부도 보폭을 좁히고 나섰다. 정부가 ‘동반 성장, 지속가능성, 연대’ 주제로 아프리카 정상과 아프리카 국제기구 수장 4명을 초청해 정상회의를 여는 것이 협력 확대의 시작이 될 전망이다. 2012년 37여 개국 정상이 방한한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이후 가장 많은 정상이 한국을 찾아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는 일방적인 원조보다 현지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형태의 투자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식민 지배를 극복하고 경제 성장을 이룩한 한국을 아프리카 국가들이 공통점이 많은 파트너로 인식할 가능성도 있다. 아프리카에서 한류 문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에 대한 우호적 시선이 적지 않다는 것은 한국으로서는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정상 선언은 한국과 아프리카의 동반 성장을 위한 연대를 확인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IT, 친환경, 보건, 농업, 식수위생 등 7대 분야에서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아프리카 국가에 벼종자 생산 단지를 조성해 수확량이 높은 벼를 생산하도록 돕는 ‘K-라이스벨트 사업’도 아프리카 대륙의 수요를 반영해 참여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